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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외원 | ||
ⓒ 양산시민신문 |
콧물 범벅이 된 아이들의 따귀라 하자
죽자 죽어버리자 엄마가 울고
아이들은 무서워, 엄마 무서워 울고
내 못나서 그렇다 아버지도 울고
까뭇까뭇 꺼져가는 백열등이
술에 취한 짧은 혀가
짝이 없는 신발 한 짝이
밤새도록 뛰어내린
그 아래
가지 아래
난간 아래
발목 없는 발자국이라 하자
자루 없는 칼이라 하자
대체로 가을의 낙엽은 낭만적 정취와 로맨틱한 분위기의 소도구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낙엽은 폭력과 울음과 공포로 형상화되어 있군요. 그야말로 상투적인 형태나 정형화된 스타일을 벗어난, '낯설게 하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밤새 <가지 아래>, <난간 아래>로 떨어지는 낙엽의 처연한 모습에서 가난 때문에 우울한 가족이 오버랩 됩니다. <엎어진 밥상>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들의 따귀>, <발목 없는 칼자국>, <자루 없는 칼> 등의 강렬한 표현은 극복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발버둥 치는 가장의 모습이 연상되는 군요. 그래서 <죽자 죽어버리자>의 소리처럼 낙엽은 밤새 저렇게 투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성목 시인
1962년 경상북도 구미 출생. 1996년 자유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남자를 주겠다』『뜨거운 뿌리』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