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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아놀자] 아이는 나의 치료사..
오피니언

[미술아놀자] 아이는 나의 치료사

양산시민신문 기자 256호 입력 2008/11/19 10:45 수정 2008.11.19 10:48

ⓒ 양산시민신문
김지영
미술심리치료사. 양산미협 회원

 
사람을 만나는 일은 참 소중하다. 그리고 참 힘들다. 더욱이 미술치료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은 이미 상한 마음을 안고 오는 사람들이라 더욱 소중하고 힘들다.
 
그런데 치료사라고 해서 자신의 의지대로 감정이 움직여 내담자에게 늘 목적한 바를 충분히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픔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일관되게 가지고 가려 할 뿐이다. 나 역시 아픔을 겪고 살아왔지만 사람이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는 진리를 아는 터라 오히려 이 길을 갈 수 있다.
 
다만, 그 사람이 스스로 바뀔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제공하고 생각할 질문들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비록 그 뿐일지라도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충분한 이유와 에너지를 가진다.
 
새로운 만남에 설레기도 하고 때론 지치고 상처 받아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 바닥끝에 있는 희망이라는 감정이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오게 한다.그래서 또 한 번 스스로를 정비해 치료자로서 보다 나은 자질을 갖추도록 노력 해 본다.
 
다행히 난 어른들과 만나는 일보다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은 복 많은 사람이다. 아이들은 불완전한 나의 인간상의 정립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그 시간이라는 의미는 그들을 기다리게도 하고 그립게도 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얼마전 아동을 상대로 한 집단상담 때 일이다.
 
난 아이들의 상황을 빠른 시간에 파악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가족동적화를 그리게 하였다. 가족동적화란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리는 작업이다.
 
덩치는 큰데 순하게 생겨 눈길을 끄는 아이 하나가 있어 그림을 살펴 보았다. 아버지 모습을 한 쪽 구석에 가두어 놓고 엄마는 청소를 하고 자신은 다른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 그 작품 속에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 사고, 느낌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림을 보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는 늘 술에 취해 가족을 괴롭혀서 무섭고 싫은 아버지 얘기를 하게 되었고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분노와 상처를 토해내듯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림 속에서 아버지를 가두어 놓음으로써 자신을 보호 하려 한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 더 많은 아이들이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두려움과 상처로 방치되어 소위 못마땅한 아이로 외면당하고 있지 않을까? 어른인 우리의 책임은 적당히 묵인한 채 그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여 귀찮고 언짢은 시선을 주기에만 급급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점점 겨울이 깊어져 간다.
 
따뜻한 이불속으로 파고들 때마다 기도한다. 조금씩 밝아져 가는 그 아이를 통해서 내 상처도 치유되기를… 그리고 서로 따뜻한 세상을 공유하며 진정으로 공존하는 지혜를 알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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