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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독서감상문] 꽃피는 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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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꽃피는 고래

양산시민신문 기자 257호 입력 2008/11/25 14:55 수정 2008.11.25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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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선희
독서치료사


'사람풍경'으로 시작된 작가와의 만남이 '천개의 공감'으로 이어지고 기억에서 희미해져 갈 무렵 문득 내 앞에 나타난 재미있는 제목의 '꽃피는 고래'를 만났다.
 
책의 초반부에 난 좀 혼란스러웠다. 기억을 더듬자니 나도 나만의 신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와의 만나던 시간이 있었나 하는 의문점이 계속 따라다녔다. 상상의 시간 속에서 끝도 없이 헤매다 돌아오길 반복하던 때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도 하지만 그것이 나만의 신화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 곳곳에서 나는 묵직한 삶의 무게감을 또는 절절한 가슴 아픔을 느껴야했다. 니은이와 왕고래집 할머니와의 대화를 엿보자.
 
"그런데 니은아, 글을 쓴다는 게 원래 그런 기가?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그냥 글자만 쓰는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깊이 뒤집어 밭을 가는 것도 같고, 맘속에서 찌개를 끓이는 것도 같고"
 
얼마나 공감되는 말인가. 우리는 생활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찌개를 끓이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한다. 그것이 생활이 되고 삶이 되고 그리고 글이 된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니은에게 있어서 기억은 뜨겁거나 차갑고 뾰족하거나 거칠었다" 나에게 있어서 기억은 둥근 모습이다. 아픈 기억도 차갑고 뾰족한 느낌보다는 무겁고 둥근 느낌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나의 유년시절, 이 후에 나는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알 수없는 묵직한 슬픔들이 나를 덮치곤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니은이가 느끼는 뾰족한 느낌이라기 보단 둥글다는 느낌인데, 이것이 니은과는 다른 이만큼의 삶을 살아온 40대에 느끼는 감정이라 둥근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목은 순탄치가 않다. 그런데 그 길잡이 내지는 모델역할을 담당한 부모의 부재는 온 인생에 있어서 불쑥불쑥 나타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니은의 주위엔 그 아픔을 감싸 안으려는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같은 어른들의 존재가 있어 위안이 된다. 그런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가 우리 주위에 좀 더 많이 있어주기를 바라면서 니은도 꿋꿋하게 성인으로 걸어 나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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