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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먹거리 안전과 체감위험..
오피니언

[화요살롱] 먹거리 안전과 체감위험

양산시민신문 기자 260호 입력 2008/12/16 14:39 수정 2008.12.16 02:44

ⓒ 양산시민신문
신애숙
양산대학 호텔조리과 교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00년 이후 우리는 적어도 1~2년에 한 번 정도로 먹거리 안전사고를 경험해 왔지만 올해만큼 사건의 파장이 큰 적이 없었다.

우리의 머릿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중국산 납 꽃게사건, 불량만두사건, 중국산 기생충알 김치사건 등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쇠고기 안전문제와 중국산 멜라민 분유파동 등이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큰 사건들이었다.
 
먹거리 안전은 그 자체로서 국민적 관심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들 사건은 국내산 먹거리가 아니라 외국산 먹거리에 의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현 시대의 화두인 세계화가 우리 식탁을 차지한 소위 '식탁의 세계화'로 인해 생겨난 현상인 셈이다. 이제 우리네 밥상에는 신토불이, 토종 한국산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실로 요리의 세계화뿐만 아니라 식품의 세계화가 이루어져 식탁 위엔 수입 먹거리로 가득하다.
 
이와 같은 세계화 흐름 속에서 우리 식탁의 안전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국내산 먹거리만 먹던 시절의 '불량식품' 단속과는 다른 접근방법이 모색되지 않는 한 우리의 먹거리 안전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먹거리는 원자재 및 조제과정에 대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고 수입단계에서의 검역이나 검사에 의해서만 안전여부를 점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역이나 검사와 같은 안전장치의 작동도 무제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식탁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기 위한 철저한 검역이나 검사는 상대방 국가의 불만이 될 소지가 있고 이는 곧 무역마찰로 연계될 수도 있으며 검역이나 검사를 위한 인력이 우리에게 충분하게 있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처한 먹거리 안전 상황은 더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는 꼴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한 것이 미국산 쇠고기 사건에서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먹거리 안전문제들의 또 다른 특성은 먹거리 자체가 가지는 식품안전의 과학적 근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 만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여부로 시작된 논란은 광우병으로 연계되면서 결국에는 촛불집회로 이어지고 정권을 위협하는 국내문제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외교문제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는 과학적 사실 자체보다는 국민들이 인식하게 된 '체감 위험'이 너무나 컸고 이런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미국편을 들면서 위험을 고의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고 믿게 되자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과학적 사실 그 자체보다는 우리가 체감한 위험인식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였던 것이다.
 
먹거리 안전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정부의 노력만 가지고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것인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부의 노력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있으며 정부의 노력이 담보된다고 하여도 국민들의 신뢰가 가미되지 않는 한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위험이 없는 먹거리는 없다. 약간의 객관적 위험은 먹거리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객관적 위험을 국민들이 체감 위험으로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멜라민 분유파동을 미국산 쇠고기와 다르게 인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멜라민이 가지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위험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보다 더 높았을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인식하였던 '체감 위험'은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였으며 그 결과 사회적 파장 역시 매우 달랐다.
 
'객관적 위험'이 '체감 위험'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 정치논리, 국민의 감정 등이 개입하게 된다. '체감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을 단순히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한 사실을 때를 놓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노력과 일관성 있는 태도와 함께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여야 한다. 또한 이런 정부의 대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이다.

이해관계를 감춘 일부의 선동적인 집단의 큰 목소리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조류독감이 실제 발생했던 나라보다 우리나라 닭의 운명이 너무 변화무쌍한 것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진 소문에 너무 성급하게 대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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