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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울타리 밖으로 나간 코끼리..
오피니언

[화요살롱] 울타리 밖으로 나간 코끼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2/12 11:09 수정 2012.06.12 11:13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조련사의 지시에 온순하게 따르는 서커스 코끼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련사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은 시간이 걸릴 뿐이지 간단하다. 어린 코끼리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워 기둥에 묶어 둔다. 어린 코끼리는 허용된 쇠사슬 길이 내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호기심에 울타리 밖 세상으로 탈출을 시도하려 하면 어김없이 발목에 채워둔 쇠사슬 때문에 울타리 밖으로의 탈출은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이렇게 자란 코끼리가 어른 코끼리가 되면 충분히 자신의 힘으로 끊을 수 있는 가느다란 밧줄을 발목에 묶어두어도 울타리 밖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어린 코끼리 때부터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스스로를 동기화시킨 학습된 무기력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코끼리가 서커스 코끼리가 아니듯 길들지 않는 코끼리도 있다.

발목에 쇠사슬이 묶인 어린 코끼리 중에는 울타리 밖 세상으로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고 결국 쇠사슬 끊고 자연의 코끼리로 살아가기도 한다.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길드는 서커스 코끼리로 살 것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도전해 자연의 코끼리로 돌아갈 것인가?

나 자신의 생활로 돌아와 이 이야기를 반추해보면 자유로운 코끼리로 살기 원하지만 서커스 코끼리처럼 학습된 무기력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우울함에 빠질 때마다 김외수 작가와 트위터리안 대화를 되새겨본다. 이외수 작가에게 어떤 트위터리안이 “선생님, 저는 이제 용의 꼬리로 사는 게 맞나요? 그냥 뱀의 머리로 사는 게 맞나요?”라고 묻는다.
이외수 작가는 이 질문에 “뱀으로 살다가 용으로 승천하면 되지!”라고 답한다. 그 트위터리안은 이미 자신의 삶은 결정되어 있어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용과 뱀으로 비유하면서 자신이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자신이 아닌 이외수 작가에게 물어 답을 얻고 싶어한다.

이외수 작가 답글은 뱀은 영원히 뱀으로 살아야 하고, 용은 계속 용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 혹은 신념을 지니고 있었던 나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메시지였다.

개천의 용이 되기 위해선 일류대학에 입학해야 하고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20대 그 젊은 한 시절을 토익, 전공 자격증, 봉사활동, 해외연수 등으로 취업용 스펙만을 쌓아오면 바쁘게 살았지만 자기가 원하고 자신의 열정을 담고 싶은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해본 경험이 부족했던 이에게 이외수 작가의 던지는 현답인 것이다.
결국 자신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는 것,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지 않은 채 다른 이의 성공만은 바라보면 좌절하는 것, 미래의 삶은 정해져 있어 난 성공할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 이 모두가 스스로가 만들어 자신의 발목에 채운 쇠사슬인 것이다.

남이 나의 가치와 미래를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순간순간 선택해나가는 것이고 이걸 다른 말로 자기주도적인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자기주도적 삶을 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의 소신, 장단점, 희망하는 것들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희망하는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실천도 필요하다. 물론 그 실천에 효과적인 전략이 덧붙여진다면 현실에 더 가깝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분명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선한 마음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꾸준히 실천하며 기다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에 대한 실망, 다른 이의 우려, 이미 무언가를 이룬 남과의 비교가 자신을 가로막고 결국엔 멈추게 한다.

증권시장에서 분․초 단위로 투자하는 초단기 투자자들은 0.1%의 이익에도 하루에도 수십번씩 주식을 매도하고 매수한다. 그러니 항상 바쁘고 실제 이익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투자자 중 대부분은 가치주에 투자한 후 그 가치가 실현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선 가치주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고 그 가치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가치가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성공 주식투자의 제일 원칙인 것이다.
다른 이의 성공과 나를 항상 비교하면서 성공한 이의 행보만을 답습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이루려 실천하다보면 성공할 수도 혹은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뱀의 머리와 용의 꼬리에 비유하며 한탄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참 좋은 계절 6월에 저 넓은 초원 자유로운 코끼리를 상상하며 지금 내가 채운 발목 쇠사슬은 없는지 나에게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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