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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영화리뷰- 오스트레일리아

양산시민신문 기자 261호 입력 2008/12/24 17:18 수정 2008.12.24 05:23
‘빼앗긴 세대’를 위한 위안

ⓒ 양산시민신문
시민기자 전대식


‘아름답고 웅장한 감동의 대서사 로맨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광활한 대륙에서 펼쳐지는 가슴 시린 로맨스와 모험을 그린 대서사시…’

캥거루와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호주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대륙, 이 나라의 이름을 제목으로 따온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광고 카피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세라 애슐리(니콜 키드먼)와 잭 클랜시(휴 잭맨)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애버리진(호주 원주민)과 백인(호주정부)의 갈등, 범위를 좁히면 ‘빼앗긴 세대’라 불리는 백인과 애버리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의 아픈 이야기이다. 이들 대부분은 백인들에 의해 인권유린과 폭력, 강간 등으로 축복받지 못한 출생이었다.

영화 전편을 통해 플래쳐(백인/호주정부)의 눌라(혼혈아/빼앗긴 세대)에 대한 멸시와 핍박이 바탕에 깔려 있는데 이 둘이 부자간이라는 사실은 호주의 당시 실상을 함축하고 있다.

자신은 백인도 흑인도 아니고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크고 투명한 눈망울을 가진 혼혈소년 눌라의 독백은 영국도 아니고 원주민의 나라도 아니고 혼혈인의 나라는 더욱 아닌, 짧은 역사 속의 호주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스토리의 중심인 혼혈아 눌라는 수용소에 잡혀가지 않으려고 엄마와 함께 물탱크에 숨었는데 엄마는 ‘다시는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애슐리는 눌라에게 강한 모성애를 느끼고 헌신적으로 보살피는데 원주민식 성인식을 위해 눌라를 떠나보내며 수용소에 빼았기는 아픈 이별을 하지만 이들은 전쟁의 와중에서도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눌라가 옷과 신발을 다 벗어 던지고 원주민의 숲으로 달려가는 이 마지막 장면이 호주 출신 감독 바즈 루어만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조금보다 보면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빤히 보이는 단순한 스토리 전개에다 서부극, 인종문제, 전쟁물, 로맨스물 등 몇 편의 영화를 연결한 것 같다. 3시간이나 되는 긴 영화이지만 역시 주인공들의 뛰어난 연기와 광활한 호주 대륙의 경관 그리고 호주판 진주만 폭격 장면 등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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