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행복한사회] 박수는 경고신호다..
오피니언

[청소년이행복한사회] 박수는 경고신호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01/14 10:46 수정 2009.01.14 10:59

ⓒ 양산시민신문
이정희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성현이(가명)는 우여곡절을 겪고 아빠와 둘이 산다. 혼자라서 심심할 때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 어울리다보니 결석도 하게 되고 외박에 가출도 잦아졌다. 돈 없이 있어야 하는 집밖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용돈을 마련할 요량으로 남의 돈에 손을 댔다가 발각이 되었다. 숨바꼭질 같던 반복가출을 끊고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성현이 스스로 친구도 안 만나고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아빠도 청소년동반자 선생님도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절도사건으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되면서 앙금처럼 가라앉았던 성현이의 가출행동이 1년 만에 다시 시작되었다. 아빠도 비틀거렸다. 그토록 다짐하며 참았던 폭력카드도 다시 꺼내셨다.
 
연초에 이 일을 겪으며 힘이 쭉 빠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상담하고 있는 아이가 생활이 안정되어 간다고 보고하면 지금부터가 진짜시작이니 맘 단단히 먹어야 한다며 즐거워하는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이쯤하면 되었다 싶어 뿌듯해하다 뒤통수 맞는다. 이때가 온통 자신에게 쏠렸던 관심이 옅어지는 순간이란 것을 아이는 귀신같이 아는 것이다.
 
아이들은 금방 변한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더라도 사랑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능성을 보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한 순간의 방심도 금물이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끝없이 사랑을 쏟아 부어야 하고, 특히 상처가 많은 아이에게서는 거절당할 것을 각오해야 하기에 쉽게 지친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지친다는 표현은 또 한번의 반복된 무책임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가장 안전해야 할 부모에게 입은 치명적 경험은 어른에 대한 불신과 함께 사랑을 받아들일 능력까지도 앗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또 다른 방식의 사랑나누기를 익히고 자신을 위한 도움닫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일구어야 한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반복될 지도 모른다. 여기서만은 결코 먼저 나가떨어지고 싶지 않다.
 
청소년상담을 하면서 한 번도 뭐 그런 일을 하냐고 책망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수고한다, 훌륭하다 심지어 고맙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세상의 많은 직업 중에서 단지 그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넘치는 칭찬을 듣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쉽게 나태해지기도 하고 정말 잘나서 그런 줄 착각도 하게 된다. 어쩌면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아이와 잠시 함께 한 인연을 마치 내 덕분인양 자만할 때 쪽지시험 같은 아이의 일탈은 경고등이 되어 나를 깨어있게 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