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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지방'은 비수도권이 아니다..
오피니언

[화요살롱] '지방'은 비수도권이 아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264호 입력 2009/01/14 11:03 수정 2009.01.14 11:09

ⓒ 양산시민신문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ㆍ금융학과 교수


수도권의 대립적 개념으로 비수도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수도권의 규제완화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카운터 파트(counter part)를 얘기할 때 '지방' 대신에 비수도권이라 칭한다.

그만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status)'가 크다는 것을, 다른 얘기로는 비수도권을 수도권과 같이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할 때도 '지방'보다는 '비수도권'이 언급된다. 대립적 상대로서 지방이라는 상대방보다는 수도권을 강조하고자 할 때 비수도권이 언급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은 사전적 의미로서의 '어느 방면의 땅'이 아닌 수도권과는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다른 지역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비수도권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권과는 다른 경쟁력을 갖춘 어느 방면의 특별한 '지방'으로 거듭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뮌헨은 'BMW를 위한 도시'처럼 도심 북쪽에 위치한다. 1972년에 완공된 '4실린더 빌딩'으로 불리는 4기통 엔진 형상의 본사 건물 바로 옆에 BMW 뮤지엄과 뮌헨 공장 이외에 지난 2007년 준공된 BMW 벨트(Welt)가 3개의 꼭짓점을 이루며 본사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BMW 벨트(Welt)건물이다. 이곳은 건물자체부터 시선을 끈다. 하늘을 향해 역동적으로 회오리치는 듯한 유리외벽은 자연광을 그대로 건물 안쪽의 원형 광장으로 모은다. 디자인 스튜디오, 대형 자동차 전시 공간, 아이들을 위한 주니어 캠퍼스, 산업ㆍ문화 회견장과 콘서트홀, 레스토랑까지 있는 이 공간은 실제로는 자동차 딜리버리 센터(delivery center)다.

구매한 자동차를 인도받는 장소인 이곳이 '벨트(Welt)', 영어로 '월드(World)'의 의미를 갖는 그야말로 'BMW 세상'을 만끽 할 수 있는 근사한 복합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지역 주민을 비롯해 유럽 각지와 북미 지역에서 찾아온 고객은 하루 온종일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구매하기로 한 차량의 조감도와 제작 과정 등을 시뮬레이션 영상을 통해 경험한 후 이곳에서 직접 차를 인도해간다.
 
가장 BMW적인 장소에서 BMW 자동차와 브랜드를 이해하고 차를 인도받아 출발해 뮌헨이라는 시가지의 도시경관을 둘러보면서 자기 집으로 향하는 구매자들은 이곳에서 BMW를 경험하고 문화를 공유한 때문인지 재 구매율이 높다고 한다.
 
기업이 도시를, 기업이 문화를, 기업이 개인의 추억을 만들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그 도시를 다시 찾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우리의 지방도시를 살리는 아이디어로 활용하자고 한다면, 대도시의 대기업의 사례에 국한된 얘기라고 일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이다. 아이디어와 사람들의 노력을 합쳐 지방을 살리는 방법을 '디자인(design)'해야 한다.
 
천 미터 넘는 준령들이 즐비한 태백산맥의 한줄기가 뻗은 양산에 메디칼 허브(medical hub)가 들어서면 이곳에 들러 필요한 의학적 조치(성형 등)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 성형 및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찾는 중국과 중동의 의료 관광이 서울 강남의 수많은 성형외과병원으로 몰리고 있다는 소식 또한 그냥 흘리기에는 아까운 정보다.

가까운 울산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국내 고객뿐 아니라 해외의 고객들까지 찾아와 차를 가져가게 할 수는 없을까? 울산에서 만들어지는 배를 주인에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찾으러 고객(기업 또는 정부)들이 일부러 오게 만드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일일까?

울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불어 양산의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새로운 성장 축을 지역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언급되는 비수도권, 비수도권은 결국 지방이다. 현재의 지방은 그렇게 수도권에 비해 뒤처진 공간인 셈이다.
 
그러나 지방은 비수도권이 아니다. 서울과 동떨어진, 그래서 서울에는 없는 것들로 가득한 기회의 땅이 바로 지방이다. 다만, 아직까지 그러한 '가치'를 찾지 못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서울에는 없는 특별한 것들이 특별한 가치와 상품으로 만들어져 지방 스스로 '랜드마크(Landmark)'가 아닌 '퓨처마크(Futuremark)'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역균형발전의 목표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방의 여건이다. 상상력이 필요한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그럴 수 있도록 사람을 키울 준비를 지방정부는 하고 있는지를 되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강해질 수 있는 상생의 길이며, 현재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을 깰 수 있는 시작이기도 하다. 그 시작을 지방이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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