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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한줄의노트] 몽대항 폐선..
사회

[시한줄의노트] 몽대항 폐선

양산시민신문 기자 268호 입력 2009/02/18 11:03 수정 2009.02.18 11:10

저기 졸고 있는 개펄의 폐선 한 척이
앞에 서 있는 여자 한 명을, 아니
그 옆의 친구들까지를
그립게 했다가 외롭게 했다가 한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속성이
그 폐선 위에도 살고 있는 것인지
갈매기가 몇 마리 뜨니 더욱 그런다.
난 예 풍경을 눈에 꼭 담고 상상한다.
폐선이란
낡아 저무는 모습이 아니라
저물어선 안 될 걸
환기시키는 어떤 힘이라는 것을.
그런 힘이 밀물처럼
주변을 끌어당겼다 놓았다 할 때
그게 진짜 아름다운 폐선이란 것을.
나도 언젠가는 저처럼
누굴 그립게 끌어당겼다 놓았다 하는
몽대항 폐선이 되리란 꿈을 꾼다.


충남 태안의 몽산포 옆에 몽대항이란 항구가 있다합니다. 긴 방파제 너머 갯벌과 햇살이 인상적이라지요. 이 시를 읽다보니 그 풍경 한 가운데 주저 없이 들어서는 서정의 힘이 느껴집니다. 싱싱한 감정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순수함이 돋보인다고 할까요. 폐선은 <그립게 했다가 외롭게 했다가> 하면서 아득한 추억의 시원(始原)이 됩니다. 버려지고 소외된 폐선이야말로 몽대항을 있게 한 아름다운 징표이기 때문입니다. 행과 행 사이 삶을 전면으로 끌어낸 힘에서 시의 진정성을 느끼게 합니다.


>>김영남 시인

전남 장흥에서 출생했다. 199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정동진역>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1998년에 윤동주 문학상을, 2002년에 중앙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정동진역』(민음사),『모슬포 사랑』(문학동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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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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