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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자녀교육의 현주소와 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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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자녀교육의 현주소와 부모의 역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02/27 09:55 수정 2009.02.27 10:02

ⓒ 양산시민신문
정혜국
양산대학 사회복지보육과 교수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지고 나선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무조건 남을 따라 하는 습성이 있다. 반병의 물도 모자라서 완전하게 채우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욕망은 결국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아파트는 차들의 전쟁터이다. 출근시간에는 영어유치원 차가, 퇴근시간에는 영재스쿨이니 영어아카데미ㆍ입시학원버스들이 들락날락한다. 아이들은 숨이 차다. 최고만을 지향하는 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에 대학 진학율은 세계 1위로 문맹율은 최저라 할 만큼 낮다. 그러나 현실은 석ㆍ박사가 배운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대학 졸업자들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이처럼 부모로부터 최고의 교육적 지원을 받고 자란 이들의 앞날이 씁쓸하다.
어릴 때부터 많은 지식을 단선적으로 주입받고 자란 아이들이, 마치 지식의 습득이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끝없이 먹이를 공급받는 거위와 같다. 푸아그라는 거위나 오리의 간 요리로 프랑스어로 '살찐 간(fat liver)'이라는 뜻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 재료 중 하나이나, 이것이 지방간이라는 '병'이 만들어 낸 기형식품임을 인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파트 밀집 지역에 살다보면 어머니들 모임이 잦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ㆍ사십대 주부들의 모임은 자주 바뀌는 교육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그날 모임에 빠지면 잃는 것이 많다.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대화보다는 그들과의 대화가 더 많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매월 만나는 한 모임에서의 일이다. 모일 때마다 아이들 이야기로 초점을 모은다고 한다. 미국에서 MBA과정을 밟는 이가 있는가 하면, 회계사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친구, 경찰대와 최고의 법대를 두고 엄마와의 합세로 법학을 전공하고 한 번의 쓴 맛을 경험한 친구 등등. 교육이 방대하고 전사적이라 이렇다 말 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지식을 닦고 있는 그들의 앞날이 모두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고 한다.

오직 공부만 했던 이들이 막상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걱정해야만 하는 무능함이 이들의 현 주소다. 명문 중ㆍ고등학교가 있는 지역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들 옆에는 우리들의 몫도 존재한다.
 
아이들과 자주 접촉하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잘 안다.
아이는 "엄마의 욕망을 욕망 한다"라는 말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이론이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엄마가 원한 것을 한 어떤 행위, 즉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만 하면, 괜찮은 것이 아니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부모의 입장에서만 고려된 반쪽자리 정답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인지, 부모가 원해서 원하게 된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 물론 단면으로 전체를 대신할 순 없다. 중요한 건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부모의 요구로부터 해방되지 못할 때, 아이들은 진정한 인간적 주체로 성장할 수 없다. 주체성이 결여된 채 자라면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남을 따라하며, 가치선택이 모호하여 중요한 선택에 놓였을 때 판단이 흐려진다. 부모의 간섭이 적고 기대치가 낮을수록 아이는 더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실천적이다. 일찍이 공자는 교육목표를 '실천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자신감을 갖고 자란 아이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전체 속에 내가 있음을 안다. 이런 아이는 어릴 때부터 눈빛이 다르고 유치원에서의 친구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자신감을 갖게 하는 말 한 마디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할 수 있는데 왜 너만 못하겠다는 거니ㆍ" 보다는 "이건 너한테 좋은 거야", "열심히 하네", "잘 될 거야" 등의 말에 더 정감이 간다. 긍정적인 말 한 마디는 상당한 용기를 갖게 한다. 그것이 비록 일회용이라 해도 괜찮고 형식적이라도 상관없다. 한두 번의 표현행위가 습관화 되면 말의 솜씨가 늘고. 언어는 마력이 있어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마침 정부가 교육개혁으로 특성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양산은 이미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인간의 실천적ㆍ인격적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있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적 지원과 그 가능성을 함양한 양산이 교육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였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기대와 관심이 아이들의 지식 습득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나의 주체성을 깨닫고, 욕망에 충실하며, 가치관 확립을 위한 진정한 주체자로서 의지적인 자율적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이 기대된다.
 
부모와 아이들의 교감인 '피그말리온 효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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