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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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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퇴근길

양산시민신문 기자 270호 입력 2009/03/03 16:53 수정 2009.03.03 04:54

튜브를 한 두 개 낀 것 같은
불룩한 술배는
그 남자의 봉인 된 꿈이다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속울음 꺼억 내뱉고는
한숨처럼
쓴 소주를 들이킨다

큰 녀석의 학원비와
작은 녀석의 유치원비가
그 남자의 낡은 지갑 속에서 휘청거린다

날이 선 추위도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만큼
무섭지는 않다

2008년 12월의 겨울 밤
오늘 하루도
그 남자의 일상은
달력 속의 무심한 숫자가 된다

그리고
어느 상점의 셔터와 함께
불안하게 내려진다

저어기,
그 남자가
까만 점이 되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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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화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회원
상북면 석계리 동우1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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