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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우리의 음주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오피니언

[화요살롱] 우리의 음주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275호 입력 2009/04/07 17:36 수정 2009.04.07 05:38

ⓒ 양산시민신문
이명진
양산대학 관광계열 교수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최고의 예술작품인 술을 만들었다. 인간이 만든 술은 태고적부터 신성(神性)을 북돋우며 신과 인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했고 그 술은 또 다시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를 친밀하게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기록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족국가시대부터 마을의 제천의식 때 술을 빚어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한다. 5천년의 역사 속에서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귀족들은 귀족들대로 그들의 신분에 맞는 음주문화를 발달시켜 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대표적인 음주문화가 하나 있었는데, 조선 중기에 정착된 향음주례(鄕飮酒禮)라는 것이다. 향음주례는 향교나 서당에서 가르치던 예법 중의 하나인데, 고을의 모든 유생들을 모아놓고 향약을 읽기도 하고 술을 마시는 잔치를 베풀어 예절을 가르쳤다.

즉 술은 윗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어야 하고, 자세와 위엄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며, 취하여 몸을 상하게 하거나 일을 그르치게 해서는 아니 된다는 등 주석(酒席)에서 필요한 예절을 익히게 하였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술을 즐겼던 음주문화는 지금 시대적 흐름 속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향음주례라는 음주문화를 가졌던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는 지금 가히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른 상태이다. 엄격한 취기조절 속에 풍류를 즐기고 생활의 흥을 돋워주며 예를 갖추어 술을 마셨던 전통음주문화는 거의 사라지고 스트레스 해소, 현실도피의 수단, 한을 풀어내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으며 여러 하위 음주문화를 양산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짧은 시간에 술을 연거푸 들이키는 폭주문화,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뚤어진 접대문화, 세계가 인정하는 독주문화, 친밀도를 강화시키기 위한 술잔 돌리기 문화, 동질성을 유도하기 위한 차(次)문화, '마시고 죽자'라는 은어를 만들 정도의 폭음문화, 군사문화의 소산인 폭탄주문화들이 그것이다.
 
'술의 사회학'이란 책에서는 우리들의 음주문화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술은 집단적 몰입을 만든다는 점에서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같은 하나의 '토템'이고, 사람들은 이 음주토템을 나누면서 하나의 '알코올 부족체'를 형성하고 있다. 또 우리사회에서 술자리는 연줄을 형성하는 터전이자 많은 의사결정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산모의 '자궁'과 유사하며, 술은 '모유'와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음주문화가 사회에 주는 부작용을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40~50대 남자들의 사망률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폭음과 잦은 음주문화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음주운전자, 알콜중독자, 청소년들의 음주비행, 알코올로 인한 가정 내 폭력 등이 현저하게 증가되고 있어 왜곡된 음주문화가 이제는 사회문제뿐만 아니라 가정문제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3~4월이 되면 대학가에는 신입생들과 선배간의 친목도모를 위해 집단적 몰입을 만드는 술자리가 빈번하게 형성되어진다. 한 번씩 언론매체를 통해 대학의 행사 중 지나친 음주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한 예를 왕왕 접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사회전반에 점차 확대되고 있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의식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술을 마시는 자리가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의 정을 나누는 즐거운 자리가 되어야 하고, 술을 마실 때에도 술과 사람에 대한 예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독주를 마시는 음주문화를 바꾸어 볼 필요도 있다. 우리들은 적당한 술은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음주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건강에는 소주, 위스키, 브랜디 등과 같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와인이나 전통주와 같은 저도주가 더 좋다고 한다.
 
특히 레드와인의 효능은 '프렌치 파라독스'를 세계적으로 일으킬 정도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우리의 음주문화, 한 순간에 바꿀 순 없지만 향음주례에서 가르친 예법을 생각하며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더 좋은 건전한 여가활동을 찾아 음주의 기회를 줄어 나간다면 우리들의 음주문화도 바르게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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