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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영산대학교 외래교수
지난 1월 일어났던 강호순 사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영화 속의 지어 낸 인물보다도 더 끔찍하였다. 뉴스에 나올 때 마다 보고 또 보고 나중에 강호순 특집방송까지 보았다.
남편은 그런 끔찍한 방송을 왜 계속 보느냐며 채널을 돌리라는 말까지 했으나 끝까지 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고 상담하는 입장에서 강호순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왜 그는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싶었는지 알고 싶었다. 강호순은 뚜렷한 이유도 목적도 없이 참 많이도 죽였지만 그렇게 되었던 원인은 있었다. 그의 정신을 감정했던 정신의학자는 그를 '싸이코패스'라고 진단하였다.
흔하게 사용하지 않는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온 국민이 다 아는 단어가 되었다. 한 초등학생도 나에게 "선생님, 강호순은 싸이코패스래요"라고 했다. 사이코패스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는 말이다. 연쇄살인범죄자들이었던 유영철, 강호순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 아무도 돌봐 주는 사람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장 후에는 상처받는 것에 대한 방어로 돌봄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권위적 대상에 대하여 뿌리깊은 적개심과 분노를 갖고 있다. 권위자로부터의 바른 가치관의 내면화 과정이 없어서 사회적 가치나 기준, 규범에 저항적이다.
즉각적인 충동만족을 얻으려 하고 참을성이 없고 욕구좌절에 대한 인내심이 부족하며, 판단력이 부족하고, 경험을 통해 배울 줄 모르기 때문에 동일한 문제에 반복하여 봉착한다. 미성숙하고 자기도취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들의 행동은 과시적이고 허세적이며 다른 사람의 욕구나 감정에는 무감각하다.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모두 다 싸이코패스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자라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적절한 돌봄은 숨쉬는데 필요한 공기와도 같다. 내가 만난 부모들은 가정형편이 넉넉하든지, 어렵든지 자녀들을 위하여 돈을 쓰는 데에 아까워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잘 키우고 싶고, 잘 가르쳐서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장 가지고, 돈 많이 벌어서 잘 살 수 있도록 부모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친다.
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도 아내도 참 사람 좋아보였다. 열심히 살고 있었다. 7살짜리 자녀도 한 명 있었다. 남편도 아내도 아이를 많이 사랑하고 잘 키우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오랫동안 서로 너무 많이 싸워서 몹시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각 장점과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다투고 서로 상처주고 받는 데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싸우고 있고 자녀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이대로 살 수 밖에 없다며 자기들이 싸우면 아이가 너무 불안해 한다며 아이에 대해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파워게임이 아이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자신들의 문제만 중요하게 여기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없이 서로 자신에게만 맞추라고만 요구했다. 자기중심에 빠져있는 이기주의자인 셈이다.
'자녀를 정신병자로 만들고 싶으면 계속 싸우세요'라고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 부부는 깜짝 놀라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계속 다퉜다. 실제로 부모의 강하고 잦은 싸움은 자녀가 자라서 정신병자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농사를 지어 결과물을 얻으려면 시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듯이 자녀가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발달을 연구한 프로이트와 에릭슨은 인간이 자라는 데에는 시기에 따라 각각 발달되어져야 할 심리적, 정신적 과제가 있다고 했다. 사랑과 관심과 돌봄은 기본이다. 심리ㆍ정신적 영역에서도 인간의 발달시기에 따라 부모 또는 대체부모로부터 공급되어져야 할 심리적 영양소가 있다. 이것을 나는 '심리적 비타민'이라고 이름지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돌봄은 부모가 주고 싶은 대로 준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발달의 단계에 맞는 '맞춤 심리적 비타민'을 공급해야 잘 자랄 수 있다. 성장환경이 언제나 좋은 조건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생긴다. 잘 자란 아이는 어려움이 와도 견뎌낼 힘이 있다. 스스로 고난을 견뎌낼 힘이 있는 사람이 타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힘도 가진다.
자동차운전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적합한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해야 운전면허증을 가지게 되고 비로소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하물며 내 사랑하는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근본이 부모의 양육에서 온다면 어찌 나만의 생각대로 마음대로 키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녀, 부모, 부부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행복한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행복한 부부, 행복한 부모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자녀들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