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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 어머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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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어머니의 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280호 입력 2009/05/14 18:12 수정 2009.05.14 06:16

평산교회 강진상 목사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 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 같은 가난만 물려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비틀어진 젖꼭지 파고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위 일기는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

박재훈 시인은 그의 시 '언제나 바라봐도'에서 '나 항상 거스려도 다 용서하시고 날 웃게 하시려고 어머니 우시네 집 떠나 먼 곳에나 방황하여도 어머니 기도음성 귓가에 들리네' 라고 했다. 어머니는 바로 이런 분이다. 자녀에게 많은 사랑을 주면서도 더 못해준 것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머니는 지우개가 되길 원하는 분이다. 자녀들의 아픔과 슬픔을 모두 지워주고 싶은 것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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