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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대학 아동미술복지보육과 교수
대지와 식물과 열매에 비치는 햇빛의 효과는 노랑의 상징성에 속한다.
노랑의 상징적 의미는 노란 색 뉘앙스가 지닌 양극단을 연결하는데, 한 극은 태양 빛의 경험에 근거한 생명의 노랑으로서, '생명 노랑'으로 나타낼 수 있는 따뜻하고 붉은 황금빛 노랑이다. 괴테는 노란 색을 긍정적ㆍ적극적인 면으로 인용하였는데, 색채론에서 "지고의 순수함으로 항상 밝음의 본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명랑하고, 다채로우며, 부드러운 자극을 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다른 극은 질병이나 죽음의 노랑으로서, 즉 '죽음 노랑'으로 이해될 수 있는 번쩍거리며 차갑거나 창백한 노랑이다. 칸딘스키는 그의 저서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서 노랑에 대해 "인간을 불안하게 하며, 빈정대고, 흥분시키며, 뻔뻔하고, 강제적인 기분에 작용되는 색으로 폭력의 성격을 나타낸다. 더 밝은 톤으로 가고자 하는 큰 욕구를 가져 견딜 수 없는 힘과 높이까지 오게 하며, 정신 병리학적 경험에 의하면 광기의 색으로 작용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망상, 정신분열, 광기, 간질과 같은 병은 노란 색과 관련된다. 실제로 정신병자, 정신분열자, 간질병자들이 그린 그림들과 같이 뵐플리와 빈센트 반 고흐 같은 화가들도 노란 색을 선호했다.
빈센트 반 고흐만큼 노랑의 원형을 받아들이고 그것의 지배를 받은 화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를의 작열하는 태양으로 인하여 노랑을 가장 좋아하게 된 고흐는 노란 색을 다른 어떤 화가보다 광범위하게 표현했다. 노란 색은 그가 아를에 거주한 이래로 그림에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여기에서 경험했던 노란 색은 자연에 의해서 주어진 강렬한 색채였으며 그의 충동적 기질을 보통에서 벗어날 정도의 괴팍성까지 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었다.
반 고흐는 1888년 여름, 아를에 있는 네 개의 작은 방이 달린 그의 집을 그리는데 온통 노란 색을 사용하였다. 실제로 그는 그 집을 노란 색 페인트로 칠하게 했고, 태양빛의 이 노란 집은 뜻을 같이하는 화가들과 함께 거주하며, 서로에게 창의적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개방된 집이 되어야 했었다.
반 고흐는 노란 집을 장식하기 위해 노란 색의 해바라기 그림을 굉장한 집중력을 가지고 속전속결로 그렸다. 파리의 미술상에게 열여덟 가지의 서로 다른 노란 색을 주문하여 가장 밝은 레몬 색에서부터 어두운 주황색에 이르는 갖가지 차이가 있는 노랑을 이용하였으며, 물감을 희석시키지도 않고 곧장 팔레트에 짜서는 다양한 두께로 칠해가면서 노란 색에 내재되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들을 마음껏 드러냈다. 고흐는 점진적인 색조의 변화나 혼색을 사용하지 않고 순색을 이용해 사람이나 사물, 분위기, 감정의 특징을 묘사했으며 현실과의 관련성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지 않았다.
그해 여름, 동생 테오에게 보낸 감동적인 편지를 보면 고흐 자신도 그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의 외부는 노란 색을 칠하였고 온통 햇빛이 가득하다. 여기에서라면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고, 생각도 좀 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틀리에를 여섯 개의 해바라기 그림들로 꾸미려고 생각한다. 이제 네 번째의 노란 색 배경을 한 열네 송이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너무 급하게 작업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우리를 끌어들이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느낌의 진실성이 아닐까 한다. 만약 감정이 너무 충만해서 자신이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면, 항상 그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니? 그 순간만 지나고 나면 무거운 날들이,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공허한 날들이 다시 올 거라는 것을 말이야. 지금 모든 것이 너무나 분명하게 보인다. 자연이 그 빛나는 모습을 드러내는 요즘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림은 마치 꿈 속에서처럼 내게 다가오곤 한다"
반 고흐의 노란 색은 뜨거운 여름, 해바라기, 밀을 표현한 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란 색은 또한 삶의 추수기를 표현한 것이며 금빛ㆍ노란 색으로 빛나는 추수하는 사람의 형태에서는 죽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검은 색의 죽음이 아닌 풍요로운 추수기의 황금 색으로 나타나는 죽음을 그렸다. 광기와 약함과 병과 죽음에 근접하고 있는 것을 표현한 부정적인 색이다.
동시에 노랑으로 표현되는 에너지는 고흐 자신의 삶을 유지하게 한 창조적 힘을 의미하는 빛 에너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 무엇이라도 녹여버릴 것 같은 열정,노란 색 해바라기 그림들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는 우리. 어느 누가 감히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이 불행했다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