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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오피니언

[화요살롱]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양산시민신문 기자 282호 입력 2009/05/26 11:34 수정 2009.05.26 11:38

ⓒ 양산시민신문
김경진
범어중학교 교장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인 고흐는 어느 날 발견한 밀레의 작품에서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죽은 밀레를 스승으로 모셨다. 고흐는 밀레의 예술뿐만이 아니라 삶까지도 자신의 모범으로 삼고 밀레를 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 오래 전에 이미 죽은 밀레는 고흐를 자신의 제자로 삼은 적은 없지만 고흐는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셨다. 결국 그는 단순히 스승의 그림을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스타일로 재창조시켰고, 밀레와 함께 우리에게 위대한 화가로 남아 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던 헬렌켈러를 암흑 속에서 구해주고 그녀를 위대한 사회복지가로 재탄생시킨 건 그녀를 진심으로 설득하고 교육시킨 셜리반 선생님의 몫이었다. 그리고 서양철학의 시작점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두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 고대 그리스 철학, 나아가 서양철학의 중심이 되었다. 이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에겐 재능뿐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위대한 만남도 있었다. 즉 그들에게는 그들을 위인으로 만들어준 훌륭한 스승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일이 꼭 위인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역사라는 종이에 커다란 이름을 새긴 위인들만이 아니라, 종이 끝 부분 어느 한 자락에서 역사가 기억하고 있는 평범한 이들에게도 훌륭한 스승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디까지나 인생의 주체는 '나'이지만 그런 나를 좀 더 올바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침서를 제공해주는 건 스승의 몫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나에게도 인생의 지침서가 되었던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칭찬이 자극이 되는지 아니면 꾸중이 자극이 되는지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그 질문에 나는 꾸중을 들으면 그것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생활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을 치르면서 실수로 이름을 적어내지 않은 적이 있었다. 시험지에 이름을 적지 않은 채로 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크게 혼이 날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수업시간에 아이들 앞에서 불러 나갔고, 나가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떨어진 건 불호령이 아니었다. 선생님께서는 실수한 나를 혼내기는커녕 인자하신 목소리로 시험을 잘 본 것에 대한 칭찬과 더불어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순간 나에게는 혼나지 않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칭찬이라는 것이 꾸중보다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에 대한 깨달음은 그 뒤 내가 걸어왔던 교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에게 혼을 내고 핀잔을 주기 보다는 항상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실수를 하게 되더라고 줄일 수 있도록 따뜻하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뒤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은 내게 말힌다. 그 때 따뜻했던 나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장점을 가꿀 수 있었으며 자신들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단점을 보기 보단 장점을 보려 노력한다고….

그러고 보면 선생님의 말 한마디, 처신 하나하나가 태산 같고 그 업의 막중함이 비길 데 없다고 할 만 하다. 덕성과 예의는 가정의 부모에게서, 학교의 선생님들에게서 직접 보고 배우는 귀감이 교육의 최상이라 생각한다. 삶의 지혜 또한 단편적이고 기계적인 주입이 아닌 사람과 더불어 살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 터득하게 함이 으뜸일 것이다.
 
요즘 학교가 죽었다느니,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매년 가장 화창한 5월이면 반복된다. 또한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은 확실히 예전 같지가 않다. 이는 학부모와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간의 인격적 신뢰와 믿음이 형성되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육의 공동 주체라는 인식이 공유되는 학교이어야 우리의 학교는 진정한 참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음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한 우리 교육 현실의 당면 과제이다.
 
생동감이 넘치는 5월이면 스승의 날을 두고 논란이 생기는 이 때, 우리 학생들은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지금도 목이 터져라 가르침을 쏟아놓고 인생의 감화가 되기를 바라며 부단히 노력하는 대다수의 선생님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힌다. 또한 이 땅에 있는 선생님들은 선생님다움이 진정 무엇인지 오래 오래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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