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굳이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정한 건 부부에게 자녀는 경이롭고 기쁜 존재이며 이로 말미암아 가족이 만들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에게 올해 5월은 참 낯설고 버겁다. 한 아이가 죽음을 택했다. 이유가 어떠했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미리 살펴보지 못한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됐던 3월부터 유난히 가출관련 상담이 많았다. 오죽하면 작년 겨울에 양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럴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 아이가 가출을 하면 무리가 생겨났다. 금방 5~6명으로 불어나고 밤 깊은 도심을 종횡무진 누비며 자유를 만끽한다. 밖에 있자니 자연스레 돈이 필요하게 되고 어린 동생을 갈취하거나 빵이나 우유 훔쳐 먹기 등의 가벼운 절도는 재밌는 놀이가 되었다. 그나마 2~3일 안에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지각을 하더라도 등교는 하기도 하지만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횟수가 늘어날수록 결석이 늘어나서 마침내 부모는 학교의 호출을 받게 된다. 처음엔 놀라서 늦게까지 찾아다니며 집에 데리고 들어가던 부모도 횟수가 거듭될수록 지쳐간다. 평소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부모에게 아이의 이런 행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여러 팀의 가출아이들을 만났는데 어느 날 뚝 끊겼다. 한 아이가 천국으로 가며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2년을 넘게 밖을 돌던 아이들도 집으로 가고 싶다며 도와달라는 전화가 오고, 지쳐있던 부모가 아이를 찾아 나서고, 집이라면 고개를 가로 젓던 아이들이 제 발로 집으로 들어갔다. 거짓말처럼 가출관련 상담도 사라졌다. 비로소 서로에게 관심이 생긴 것이다. 비싼 대가를 치루었지만 고맙고 또 고마운 선물이다.
건강하게 잘 살던 사람도 장애물을 만나면 걸려 넘어지게 마련이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활환경이 풍요로워졌다지만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은 오히려 거꾸로인 것 같다. 생활이 바빠지다 보니 서로가 꼭 챙겨야 할 부분들을 놓치게 된다. 그러다가 사소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쌓이고 엉뚱한 것으로 터져 나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사람이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지금 당장 문자나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자. 그리고 만나서 내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고백하자. 내 인생에서 정말 귀한 사람을 잃어버릴 뻔한 순간을 넘기는 것이다.
지금도 집 밖을 떠도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따뜻한 밥 한 끼 먹여줬으면 좋겠다. 언제 끝날지 모를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있을지라도 그 밥은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기억이 될 것이다. 그 중 누군가는 그 밥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나 관심 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아이는 더 더욱 그렇다. 그만 하라고 소리칠 때까지 퍼부어 주자. 그런 비명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