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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고]'바보 노무현'을 잊지 않겠습니다..
오피니언

[기고]'바보 노무현'을 잊지 않겠습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284호 입력 2009/06/09 11:29 수정 2009.06.09 11:34



↑↑ 박윤정
양산시의회 의원
(민주, 비례대표)
ⓒ 양산시민신문
늦은 밤 인적 드문 시간에 그 분의 영정사진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젠 정말로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원수를 사랑하기 힘든 것만큼 정치인을 뜨겁게 사랑하기도 힘든 일이건만 그 분을 잠시나마 원망하고 안타까워하고 했던 것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고…. 떠나보내면서야 그 사실을 안 '진짜 바보'같은 우리들을 부디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산다는 것이 어떤 때는 무척이나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간간히 부딪히는 현실의 벽 때문에 의원을 하는 동안 이런 무력감은 참으로 자주 찾아왔다. 나의 조그마한 소망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나에게 그 분이 답을 해주신다. 어떤 사람들은 그 분의 죽음으로 삶의 공허함을 말하지만 나는 그 분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국민들에게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 길을 걸어가셨던 그 분의 큰 발자국을 우리들은 소소한 표현의 자유조차도 무섭게 제압해버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권력을 틀어쥐고 또한 그 손바닥 안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권력의 하수인들을 목격하고서야 손수 그 권력을 내려놓으신 분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달은 바보였지만 우리에겐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있다. 그래서 '바보 노무현'은 그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하는 미래의 인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으로 슬퍼해야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민주주의의 때문에 초래한 엄청난 결과물인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독재정권시절 목숨을 걸고 지켰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해 '되찾은 민주주의 10년'이 다시 허공 속에 산산히 흩어지지 않도록 눈을 부릅떠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나는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나는 그 분의 죽음을 단순히 슬퍼하고 한탄하지 않겠다. 대신에 그분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이 '바보'라고 불린다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하셨던 그 말씀을 깊이 새기면서, 나는 어떤 사람의 부끄러운 '20만원짜리 삶'처럼 살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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