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내고 살아야 하리
마음에 간선도로
그대와 사랑의 밀거래 할 골목
사랑의 회선 하나쯤
때로는 밀려드는 쓸쓸과 물소 떼 같은
소외의 침입을 물리치고 가벼워질 수 있는
소주에 막국수 낡은 등불 하나쯤
언제라도
고독의 감옥으로부터 탈출 할 수 있는
비상구 하나쯤 열어 두고 살아가야 하리
속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 이야기 나눌
별자리 하나 익혀두고
아픈 영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찻집 하나쯤 알아두어야 하리
세월의 층계 밑에 묻어둘
금빛 이야기 하나쯤

내가 어디로든 갈 곳이 없다고 느낄 때, 이 시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고독은 너른 들판에 혼자 남겨져서 쓸쓸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인파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때가 더 쓸쓸합니다. 이 시는 일상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언처럼 충고합니다. 내 안의 비상구, 내 안의 회선, 내 안의 별자리, 내 안의 찻집 …. 지금 곰곰이 길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설동원 시인

199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 시집으로 『눈부신 것들은 잠들고』가 있다.

↑↑ 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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