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은 사람 수명의 길고 짧음에 25%의 몫밖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대신 수명을 단축시키는 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추거나 한다
최근까지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추측하기를 유전자 연구가 진보되더라도 사람이 100세까지 사는 것이 보편화되지는 못할 거라고 했다. 과학자도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00세 이상인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세까지 살았다는 사람들의 여러 출생기록을 보더라도 거의 신빙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출생기록도 오류없이 정확하게 남겨지도록 되었으며, 100세 이상의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수의 공식 기록을 갖고 있는 장느 카르만은 1997년 2월 21일, 122회 생일을 맞이했다. 카르만은 그 해에 세상을 떠났지만 정식 서류에는 사상 최고령자로 기록됐던 것이다.
카르만이 존재했던 기록(수많은 사람들이 100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사실)은 우리의 장수에 대한 가능성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1천세 이상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당연해지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생활양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물은 많이 해명되어 왔지만 그것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유전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이나 장수에는 유전자가 관여해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은 그만두자. 유전학상의 문제가 원인이 되어 병이 걸리기 쉬운 체질로 죽을 시기를 앞당기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유전은 사람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략 25%의 몫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장수에 관한 유전자의 역할을 해명하려고 쌍둥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행해졌다. 덴마크에서 여러 해 동안 국가 주도하에 연구가 행해졌던 쌍둥이의 경우인데 유전자가 수명의 결정요인이 된다는 증명은 되지 못했다. 그 대신 유전자의 영향으로 알츠하이머병, 암, 심장병 등 수명을 단축시키는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낮아지거나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역할의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수명이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 설정된다면 장수하는 방법은 그 유전자의 행동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길 밖에 없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유전자가 유전 암호를 지정하는 대상은 수명이 아니라 질병이다. 질병은 치료, 예방 등이 가능하므로 의학이 진보하면 장수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바로 이러한 견해가 근래에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