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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점선 물금읍 범어리 | |
ⓒ 양산시민신문 |
우리 주위엔 다문화가정으로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남성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주남성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을 했지만, 막상 현실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입니다.
남편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은 멸시와 무시하는 어투로 주위에서나 직장생활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자녀들도 사회적인 편견으로 학교에서나 친구들에게 다문화가정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위축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외국인 남편과 사는 것이 남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으로 어디를 가든지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살아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가장의 역할은 다문화남성이 감당하기는 너무나 힘들고 가로막는 장애물들도 많이 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차별을 받았고, 사장 멋대로 기분대로 종 다루듯이 함부로 대하는 사장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가족의 생존을 위하여 모든 것을 참으며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근무하였습니다.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식당에서 10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 13시간의 고된 주방일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직하여 축산물 유통회사에서 월급 130만원을 받고 무거운 고기를 나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무거운 고기를 나르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리와 팔이 아파 밤새 끙끙 앓으며 잠을 설치는 적도 많았습니다. 이런 남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저는 아기를 바라보며 혼자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동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했지만 상담원은 우리가 사는 15평 아파트 때문에 생활지원이 안된다고 답변합니다. 대출금을 빼면 몇 푼도 되지 않은 이 작은 아파트가 우리의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우리 가족을 위하여 간신히 부여잡은 생명줄인데 이 생명줄을 버려야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다문화남성의 아내로서 다음과 같이 정책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 다문화남성가정의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은 달라야 합니다. 다문화남성가정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면 조건과 관계없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어야 합니다.
둘째, 자녀들의 학자금지원, 급식비, 방과 후 특기적성비 지원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남편의 박봉으로는 자녀들에게 학원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셋째, 다문화 남성을 고용하는 기업, 업체에는 특혜 또는 임금지원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다문화남성이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채용을 하는 기업이나 업체에 특혜나 임금지원을 하면 조금은 취업문이 넓어질 것 같습니다.
넷째, 다문화가정의 남성이 사회일원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져야 합니다. 남편은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형편으로 요리학원 수강은 힘이 듭니다. 한국인들은 다양한 분야를 무료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다문화남성은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않고는 직업교육은 그림의 떡입니다. 남편의 꿈은 조그만 식당을 경영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퇴근 후 요리학원을 다니고자 합니다.
다섯째, 양산경찰서에서 다문화 가정에게 운전면허실기교육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운전면허 필기교육은 경찰서에서 무료로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실기교육은 전혀 보조가 되지 않아서 거의 10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우리의 형편에는 상상을 할 수 없는 큰 금액입니다.
말씀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을 지원만 해달라고 욕심을 부리는 것 같으나 그만큼 다문화가정의 남편은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고단합니다. 또한 가족들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이 사회의 일원으로 온전히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다양하게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바람은 우리 같은 다문화남성의 가정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산소같고, 가정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는 좋은 정책들이 빨리 실행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