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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열띤 갑론을박 토론 속에서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건전한 토론문화를 선보인 이 토론회의 주인공은 바로 초등학생들이다.
제4회 양산 글벗 독서토론대회가 열린 지난 1일 양산문화예술회관. '진정한 가족간의 사랑은 무엇인가?'란 논제를 놓고 서로의 창과 방패가 되어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3, 5분씩 주어진 발표 시간을 넘길 때마다 '땡'하고 울리는 종소리는 링 위에라도 오른 듯 긴장감을 더했다.
독서토론대회는 책을 읽고 그 책을 주제로 삼아 토론 대결을 벌이는 논쟁과 독서가 결합한 대회이다. 지난달 11일 양산지역 34개 모든 초등학교가 '안녕히 계세요'라는 책을 읽고 미혼모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중부초, 오봉초, 황산초 토론자들이 본선에 올랐다.
대회에서는 3명이 한 팀이 되어 책을 읽고 난 뒤 토론주제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반론을 상대팀에서 펼치며 최종적으로 발표팀의 입장을 정리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본선대회 토론 책은 '할아버지 이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주인공 제이크와 함께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아버지를 집에서 보살피며 겪는 사건과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날 입론자로 손자가 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힌 중부초는 "제이크의 어머니가 제이크에게 1시간씩 할아버지를 돌보게 한 행동은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제이크는 어른에 대한 효와 책임감을 배우고 내적으로 성숙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한 황산초는 "아직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한 우리 또래의 아이인 제이크에게 할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책임은 무거운 짐이며, 실제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제이크는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점차 소극적으로 변해갔다"고 반박했다. 오봉초 역시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가족의 사랑과 익숙한 환경은 제공해 주었지만 할아버지의 병을 고려한 의학적 노력은 없어 제이크의 간호가 점차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토론대회의 우승은 중부초팀이 차지했지만, 열띤 토론을 벌인 9명의 학생들 모두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양산교육청 김재수 교육장은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논리력으로 무장한 '창과 방패'가 되어 서로의 주장에 공격과 방어를 펴는 등 활발한 토론을 벌여 논리적 사고와 발표 능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초등학생 독서토론대회는 이제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려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 신장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토론대회에 대해 몇 가지 아쉬움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2007년 2회 대회 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확대됐던 것이 지난해부터 다시 초등학생으로 축소돼 대회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적어 좀 더 많은 학생들이 토론대회를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좋은 경험을 전교생 중에 3명에게만 제공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학교 대표들끼리의 예선전을 치르기 전에 학교 내에서 대표를 뽑기 위한 반별 대회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대회장소를 학교 시청각실이나 교육청 회의실 등 교육기관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산문화예술회관이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는 위화감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한 편의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켜 토론대회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