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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사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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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사교육 이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291호 입력 2009/07/28 09:37 수정 2009.07.28 09:45



↑↑ 공문수
양산대학 병원복지경영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6학년 때 오전 7시까지 학교에 갔습니다. 교실에 들어가면 책상 위에 시험지가 있었고 도착하는 대로 시험을 쳤습니다. 시험을 치고 난 다음에 시험지를 옆의 친구와 바꾸어 선생님께서 답을 불러주시면 채점을 하였습니다. 많이 틀린 학생은 선생님께 혼이 났습니다. 그리고 또 시험(다른 과목)을 치고, 채점을 하고, 혼이 나고,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다가 오후 5시에 집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정규 수업시간에는 교과서를 공부하고 관련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기 때문에 좋은 중학교에 많이 보내기 위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컴퓨터와 복사기가 없고, 초종이에 끌필로 글을 써서 문제를 내고 등사기로 반 학생 수(당시 60명이상)만큼 밀어냅니다. 한 번 쓴 초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고 버려야 합니다(지금은 컴퓨터에 저장하여 또 사용할 수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밤새 이런 작업을 과목별로 매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매일 시험을 몇 번씩 쳤었으니까요). 그 때는 모두가 가난해서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기가 어려워 거의 선생님께서 주시는 시험문제에 의존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에도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수업시간에 따라가기 어려운 과목이 대상이었고 과외선생님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의 공부만으로 입학시험을 치루었기 때문에 과외를 받는 학생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은 학생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가 입니다.     
     
현재의 과외 실상은 어떨까요? 전국의 평균은 아니지만 2008년도 경기도 군포지역의 과외를 받은 학생의 비율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95.1%, 중학교 90.9% 그리고 고등학교 81.6%로 평균 91.9%로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외를 받는 이유는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가 47.9%,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가 20.2% 그리고 ‘남들이 대부분 하니까 불안해서’가 16.5%로서 주로 선행학습과 보충교육을 위해 과외를 받는 것으로 보여 공교육에 대한 불안심리를 드러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 등에서 선행학습을 받게 되면 공교육이 무너지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준비를 해서 강의를 하시는데 이미 학습이 된 학생들은 호기심을 갖지 못해 수업에 집중을 못하게 되고 선생님은 허탈하여 열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더욱 학원을 찾게 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원에서 더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원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떡합니까?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2008년도 사교육비는 2007년도 보다 4.3%증가한 20조9천억원으로 한 아이당 한 달 평균 23만3천원이었습니다. 이것은 세계경제의 위기와 이에 따른 국내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이 소득의 20~30%를 차지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가계에 지우고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사교육시장에서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계층은 100만원 미만 계층 보다 8.8배를 더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고, 서울이 읍·면지역보다 2.4배 더 많았습니다.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높게 나타나, 성적 상위 10% 학생들이 하위 20% 학생보다 사교육비가 2.4배 더 많았습니다. 부모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 및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고, 특히 아버지 학력 수준 보다 어머니 학력 수준이 사교육에 더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소득, 고학력, 성적이 좋을수록 사교육비의 지출이 많다는 것은 미래에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져 사회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교육으로 인한 공교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과도한 사교육비 그리고 빈부격차의 심화 등 사교육의 폐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교육의 원인은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여 좋은 배우자를 만나 윤택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학졸업자보다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잘 살 수 있다면 구태여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은 적을 것이고 사교육시장은 좁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85%대라고 합니다. 미국·일본·영국은 50%대, 독일은 35%대이고 OECD국가 대부분이 50%내외로서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노동부 임금구조 기본통계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고졸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대졸 임금은 2003년 151.7, 2004년 152.3, 2005년 154.9, 2006년 152.2, 2007년 157.7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을 졸업했느냐 또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 보다는 능력에 따라 취업이 가능하고 고등학교졸업자와 대학졸업자사이의 임금의 격차가 사회가 인정할 정도로 적정하면 대학진학률이 감소하고 사교육시장이 축소되고 사교육비가 감소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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