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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상배와 함께하는 백두산 야생화트레킹
아! 백두산, 역사의 품이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07/28 11:48 수정 2009.07.28 12:08




ⓒ 양산시민신문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한민족으로 태어났다면 평생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산이다. 왜냐하면 이 땅의 모든 산의 뿌리가 백두산에 있고 백두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을 “단군의 탄강지(誕降地)요, 조선의 출발점”이라 했다.

16개나 되는 2천500m 이상의 봉우리에 둘러싸인 둘레 14km 수심 384m의 천지(天池) 수면 위에 백두산의 기암절벽이 어리어 만든 그림같은 풍경은 백두산의 백미이다.

백두산은 4개 구역으로 나뉘어지는데 북파(北坡, 북쪽언덕)와 서파(西坡) 그리고 남파(南坡)와 동파(東坡)가 그것이다. 제일 먼저 개방된 곳은 북파지역인데 1996년 서파지역이 개방되면서 안전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지만 백두산트레킹의 묘미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이 지역을 많이 찾는 편이다. 그다음은 2007년에 개방된 남파지역이고 유일하게 이북쪽에서만 접근이 가능한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2천749.6m)을 품고있는 동파가 있다.

양산의 산악인 26명으로 구성된 백두산 야생화트레킹단은 4박5일 일정으로 서파에서 북파까지 15km정도의 중국지역을 외륜종주(천지 바깥쪽) 하기로 했다.

글·사진_ 이상배(산악인)

ⓒ 양산시민신문
2009년 7월 1일 전국적인 장마예보에도 불구하고 종주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꼼꼼히 챙겨서 부산에서 북경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북경에 도착하니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30분. 신종플루 때문에 검역이 강화되어 입국이 까다롭다. 중국여행에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불편함이 느껴져도 특별히 항의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북경에서 연길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5시간정도 여유가 있어서 나름대로 귀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북경국제공항에서 저녁 8시 5분 연길가는 국내선 비행기에 오른지 약 2시간 후 연길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훨씬 넘었다. 짐을 찾아 공항을 빠져나가니 북경과는 다른 현지 여행사에서 유실장이라는 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조선족이라며 한국말도 아주 능숙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15분쯤 이동해 연길시내 골든스타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중국에서 가슴 설레는 첫날밤을 보냈다.

천지를 맞이하다


아침6시30분 예정보다 일찍 연길을 출발해야 했다. 왜냐하면 중국 쪽에서 도로공사 때문에 이도백하를 거치지 않고 송강하쪽으로 약 300km를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정에 큰 차질은 없다고 현지여행사 가이드는 우리들을 안심시킨다. 연길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비가 내린다. 산행은 할 수 있겠지만 천지의 멋진 광경을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서파로 이동하면서 도로변에 펼쳐진 풍광은 한마디로 광활한 대륙의 벌판이다

 
ⓒ 양산시민신문 
서파산문에 들어서기 전 송강하 고려식당에서 한식으로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난 후 천지를 보기 위해 서파산문으로 들어섰다. 순환버스를 타고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수목한계선을 넘어 5호경계비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곳 주차장에서 천지까지는 900m로 1천236개의 돌계단을 올라 40여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계단 중간중간에는 가마꾼이 호객행위를 한다 근데 아무도 타지 않고 걸어서 천지에 오른다.
20여분 만에 천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5호경계비에 도착했다. 그러나 주변 산봉우리에 걸린 비구름이 변덕을 부리는 품이 쉽게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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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되지 않아 구름에 가렸던 세상천지가 활짝 열린다. 모두가 천지를 보는 순간 탄성을 지른다. 아름답고 웅장한 천지를 담아보며 제각기 소원 하나씩을 빌어본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지를 보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진다. 천지에서 많은 추억을 담고서 우린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벅찬 감동으로 금강대협곡을 둘러보면서 잘 정돈된 숲길을 걷는 시간은 또하나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천순대주점이라고 하는 숙소로 내려와 방 배정을 마치고 호텔식당에 모두 모였다.

이국땅에서 갖는 저녁식사시간은 추억의 시간으로 흘러갔다. 산가수 신현대가 들려주는 기타선율과 노래는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밤하늘에 별들이 유난히도 반짝이더니 새벽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청석봉에서 바라본 천지


천순대주점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9시께 흐린 날씨속에 외륜종주에 나선다. 순환버스를 타고 5호경계비주차장에 내리자 점심과 저녁 두끼분 도시락을 2개씩 나누어 준다. 각자 생존을 위해 배급받은 도시락을 배낭에 쑤셔넣고 인원 점검후 백두산등산전문가이드와 텐트를 둘러맨 현지고용인과 함께 청석봉을 향해 올라갔다. 날씨 걱정을 하며 출발하는데 환하게 하늘이 열리며 곱게 핀 야생화가 우리들을 반긴다. 만병을 고친다는 노랑만병초가 지천에 깔려있는데 천상화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 양산시민신문 
마천우 좌측능선을 트레버스하여 청석봉(2천662m)에 올라서니 천지의 담청색 신비스러움이 우리들의 넋을 빼앗아 버린다. 감동이 밀려온다. 어저께 잠시 바라본 천지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비쳐진다.

모두의 카메라가 불이 난다. 이 참에 가지고 간 깃발을 꺼내며 기념사진 한 장 찍으려는데 현지 공안이 달려와 깃발 자체를 빼앗으려 한다. 현지가이드의 통제가 너무 심하고 우리가 생각했던 야영을 할려고 하니 다른 팀이 다 내려간 뒤에 가야한다고 한다. 짜증이 났지만 백두산자락에서 잠을 잘 기회가 있다는 기대감에 잘 참고 견디는 모습들이다.

수백종류의 야생화가 피어 있는 대초원, 비 온 뒤라 더욱 신선한 백두산록의 한허계곡에서 김밥으로 된 점심용 도시락을 꺼내먹고 다시 백운봉을 향해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백운봉


백운봉(2천691m)을 오르면 트레킹의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자신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산처럼 묵묵히 자신을 지키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내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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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길에 한 남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수족을 만져보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백운봉 오르막길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고산을 오르기 위한 준비가 부족해서 얻은 사고인 것 같다. 3천m 가까운 고산이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니 모두가 저체온증에 걸릴까 조심스럽다. 일행들에게 몸을 따뜻하게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힘든 산행 끝에 백두산에서 최고봉인 장군봉(2천749.6m) 다음으로 높은 백운봉에 올랐다. 저멀리 펼쳐지는 광활한 고산초원지대, 그리고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기암절벽의 풍광이 천지에 멋진 그림자로 드러난다. 눈앞에 녹명봉(2천603m)이 나타나고 그 오른쪽으로 약간 내려앉은 듯 용문봉 아래 야영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천문봉과 철벽봉이 지척에 벽처럼 서있다. 주변은 여러해살이풀인 두메자운을 비롯해서 아름다운 들꽃들이 여인의 속살처럼 다소곳하게 피어있다. 한마디로 야생화 천국이다.

백두산에서의 야영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가 용문봉(2천596m)아래 새우등능선상의 움푹 들어간 요새처럼 생긴곳에 텐트 4동을 구축하고 야영에 들어갔다.

밤이 되면서 엄습해 오는 추위를 이기려고 술을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수다를 떨다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는가 했더니 새벽 3시도 안돼서 김국관 대원이 큰소리로 일행을 깨운다. 천지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 용문봉 쪽으로 빨리 올라가야 한다고 야단이다.고단한 몸을 일으켜서 따라나선다. 4시면 해가 뜬다고 하니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시원한 백두산샘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는 천지로 올라섰다. 세 번째 보는 천지는 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출을 보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라 큰 기대를 안고 기다리노라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드디어 백두산 위로 해가 떠오른다. 천지의 수면에 강렬한 빛이 쏟아지면서 장엄한 일출이 시작된다. 말이 필요없는 장관(壯觀)이 바로 이것이다. 천지에 그림자를 드리운 태양을 향해 두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어본다. 그리고 추억사진도 만들어본다. 해가 온 모습을 드러낼 동안 모두가 흥분해 말을 잊은 채 풍경속에 빠져있다.


야영지로 내려가 젖은 텐트를 철수하고 소천지 쪽으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좌측의 옥벽폭포 우측의 달문에서 내리꽂히는 68m의 웅대한 장백폭포를 바라보자 전율이 느껴진다. 온천지구호텔에 도착하여 식사부터 하고 온천을 즐기기로 했다. 최고 83℃의 유황온천수를 42℃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냉각시킨 후 호텔사우나로 들여와 온천욕을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천연유황온천수에 목욕을 하고 나니 백두산에서 쌓였던 피로가 풀리면서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백두산트레킹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이도백하를 거쳐 용정에 도착하여 해란강과 일송정을 지나 서시 ‘별헤는밤’으로 유명한 민족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대성중학교를 둘러보았다. 연길의 북한식당에서 북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공연도 관람했다. 연길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북경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뒤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번 백두산 야생화트레킹은 꿈에 그리던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천지를 원없이 보았고, 특히 야영을 통해 불타는 일몰과 장엄한 천지 일출을 보았으니 감히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만끽하는 뿌듯한 여정이었음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양산시민신문

<위,왼쪽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이상배 대장.. 아래,달마산악회 회원들. 오른쪽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우종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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