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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박찬호가 식성을 바꾼 이유..
오피니언

[화요살롱]박찬호가 식성을 바꾼 이유

양산시민신문 기자 293호 입력 2009/08/18 09:44 수정 2009.08.18 09:53



 
↑↑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ㆍ금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박찬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먹튀'로 불리었다. 그처럼 불리었던 '먹튀'가 메이저리그 야구사에 또 있을까 할 정도였다. 우리 입장에서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뛰어난 선수이기에 잘해도 못해도 감정에 치우친 응원을 하는 입장이지만,성적으로 말하는 프로 야구세계에서는 자기 몸 값 만큼 해주는 것은 어쩌면 계약 당사자에게 위임된 당연한 '도의적 책임'일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사람 중 하나였다가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중 최악이라는 평가는 그만큼 본인을 힘들게 했을 법 하다.
 
2009년 5월,필리스에 몸담고 있으면서 제5선발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아야 했던 그가 친정팀이었던 다저스를 이긴 후 이런 말을 했다. "다저스를 이겨서 매우 기쁘다. 그러나 친정팀을 상대로 이긴 게 기쁜 게 아니고 최고의 팀을 이겨서 기쁜 것이다. 그들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다"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성공과 실패의 명운을 맛본 깊은 회한이 담긴 말이었다.
 
그런 박찬호가 얼마 전 요리 전문가이기도한 아내의 요리책 출판 기념회 때 아내 칭찬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매일 고기가 곁들여진 미국식 점심 같은 아침을 먹던 그에게 결혼 이후 아내가 마련해 주는 아침식사가 에너지 면에서 더 좋았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아내가 만들어주는 음식과 어머니의 음식을 비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두 사람이 만든 한국 음식은 좀 다르다. 어머니는 33년을 해주셨고 아내는 3년을 해줬다"라면서도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죄송하지만 33년 길들여져 있던 입맛은 이제 덜 맵고 덜 짠 음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박찬호의 거짓말이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자리였기에 적당한 기사거리가 될 수 있도록 '립 서비스(lip service)'해준 것에 불과하다. 대개 아내의 음식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어머니의 손맛을 거역할 수 없는 본능이 모든 자식들에게는 있거니와,아내의 음식솜씨를 칭찬하더라도 어머니는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편이 '상황' 정리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또한 그렇게 판단할 만한 '객관적 진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객관적 진실'이란 이미 박찬호 선수의 식성은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고 식성이 바뀐 것이 오랜 미국 생활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본인이 식성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왜? 박찬호는 식성을 바꾼 것일까? 한국의 대표적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 가운데 일명 '이단옆차기' 사건이 있다. 과거 LA 다저스 멤버시절 상대선수의 인종차별 발언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잘못된 행동'으로 언론은 기사화 했지만,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유야 어쨌든 유쾌, 상쾌, 통쾌한 장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99년 6월 6일 당시 LA다저스 소속으로 LA앤젤스(당시 애나하임 앤젤스)와의 경기 4회 말.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킨 박찬호는 앤젤스의 베테랑 투수 팀 벨처에게 태그아웃을 당했다. 벨처는 태그를 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태그를 했고 이게 빌미로 말싸움이 시작돼 결국 발차기 사건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건으로 박찬호는 출장 정지를 당하고 벌금을 내야했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약하게 태그해도 되는데 벨처가 강하게 태그했고 이에 대해 너무 세지 않느냐고 항의했더니 인종 차별성 폭언을 퍼부었다"며 "인종 차별 폭언은 비단 나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를 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러한 일이 있은 전후로 해서 박찬호는 입맛을 '미국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고기와 마늘을 먹은 다음 날 팀의 선배가 마늘 냄새가 난다며 타박을 줘 싸움을 벌이기도 했던 박찬호는 한국인이기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외국인으로서 애국심에 근거한 대응을 하기보다는 한국의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선수'로서 그들 안에서의 하모니를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들과 같은 음식을 먹는 동질감을 통해 동일한 문화코드로 무장한 후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이후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이 아니라 1999년 미국에 건너간 초기 시절의 얘기다.
 
큰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고 뭔가 하더라도 다르다. 따라서 크려고 하고 더 커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려니와 도시나 지역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첨단복합의료단지 선정이 완료됐다. 부울경 지역 통합 의료복합단지를 소원했던 양산의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찬호가 식성을 바꾼 것처럼, 자신을 온전히 바꿔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양산의 미래가 보인다.
 
양산은 성공적인 자족도시로 우뚝 설 때까지 실패했다고 좌절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식성 바꾸기'식의 박찬호식 통찰이 필요하다. 남들과 똑 같은 시계를 보면서는 남들보다 앞선 기업하기 좋은 양산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양산에 필요한 시계를 어떻게 만들면 될까? 바깥 테두리에 남들과 똑 같은 24시간이 있고 그 안에 양산에서만 통하는 별도의 '시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어떻게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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