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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아버지,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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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아버지, 고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08/25 09:51 수정 2011.12.26 09:28
삽량문학 9집 수록작품



 
↑↑ 성명남
삽량문학회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말이 없었던 아버지는
저녁이면 한 마리 고래가 됐다
단골집이 있을 법도 한데
늘 왁자지껄한 낯선 바다를 찾는 아버지
나는 단박에 찾아낼 수 있었다
아버지 왼쪽 팔뚝에 새겨진 고래 한 마리가
이리저리 뛰어 올랐다
고개를 젖히며 호탕하게 웃는 아버지를
나는 선뜻 부르지 못했다
그냥 기다리는게
아버지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로부터 정박을 강요받은 탓에
역마살이 꼈다던 아버지의 생은
말문을 닫아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면
바다를 다 회유한 아버지가 날 발견하고는
넓은 품에 안아 올려 함께 빙빙 돌았다
비릿한 바다 냄새같은 아버지의 일대기가
내 유년의 바다를 만들고 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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