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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쓸쓸한 중심..
사회

[시 한줄의 노트]쓸쓸한 중심

양산시민신문 기자 296호 입력 2009/09/08 10:49 수정 2009.09.08 10:49



꽃은
그 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아
中心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와 있는가
꿈마저 시린
변두리 잠을 깨어보니
밤 사이 몇 겁의 세월이 피었다 졌는지
어젯밤 그 소녀 이제는 늙어
아무 것의 한 복판도 되지 못하는
내 중심 쓸쓸히 거기에
시들어

이화은 시인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1997년부터 육군사관학교에서 현대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으며, <시와시학> 부설 시 전문 포털 사이트 '포엠토피아' 편집주간으로 있다. 시집으로「이 시대의 이별법」「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등이 있다.

↑↑ 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양산시민신문
양달개비꽃은 아침에 피어 오후에 시든다는군요. 그 피고 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만 같아 이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소녀의 그것' 같은 필듯말듯한 꽃의 모양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니, 자줏빛 도는 꽃들은 죄다 활짝 핀 사진뿐이더군요. 여하간 양달개비꽃이라는 시적 상관물을 통해 화자의 몸을 들여다보는 시선에서 깊이가 우러납니다. 인터넷 발달에 포르노 산업이 일조했듯 '소녀의 그것'이라는 시각적 공감은, 아무래도 이 시대의 남성들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팝업창에서가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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