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효재처럼’
오피니언

‘효재처럼’

양산시민신문 기자 300호 입력 2009/10/06 10:30 수정 2009.10.06 10:30



 
↑↑ 박미경
영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처음 결혼하고는 살림을 산다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이것저것 만들고 정리하며 꾸미고, 새로운 반찬이나 과자 만드는 요리법을 구하면 그것을 만들고 친구들을 불러 같이 밥을 먹고 간단한 파티를 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살림을 사는 것이 재미 보다는 노동으로 변했다.

살림(집안 일)이라는 것이 (잘)하면 표가 나지 않고 안하면 표가 나는 것이라서 표 나지 않게 살림을 (잘) 살려면, 늘 바삐 움직이고 신경을 써야 한다. 요령이 없는 것인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 갈수록 살림을 잘 산다는 것이 내게는 어렵게 느껴져, 어느 정도 포기하고, 단지 위생적이고 효율적인 것 위주로 살게 되면서 살림의 재미는 없어졌다. 이제 나에게 살림살이는 하나의 기능에 가까우며 멋이나 즐거움은 거의 없는 노동이다.

그런데 이런 살림을 잘하여 자신을 명품 브랜드화한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는 ‘타샤 튜더’나 ‘마사 스튜어트’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이효재’라는 중성적 이름을 가진 여자가 있다. 효재 그녀는 한복을 만드는 사람인데, 자신의 일인 밥하고 살림 사는 것을 기도라 생각하고 3년간 기도하듯이 밥하고 살림을 살았단다.

그녀는 공들인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림살이의 지난한 과정을 고단함으로 여기지 않고 즐거움이라고 생각하였단다. 그랬더니 자신의 일상이 어느 듯 하나의 명품 브랜드가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바느질 하는 곳은 내·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고, 그녀가 음식을 만드는 법, 음식을 담아내는 방법, 선물 주는 내용과 그 포장 법, 그녀의 집 꾸미기, 마당 가꾸기 등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효재처럼’이라는 형용사가 만들어지고, 그녀의 살림 기술을 담은 책이 나오며, 심지어는 그녀가 이사하는 과정을 어느 공중파 방송에서 특집으로 보여 주기까지 하였었다.

요즘 우리 집에는 서울 국번의 전화가 자주 온다. 곧 다가올 선거에 대하여 설문 조사를 한다는 녹음된 목소리가 들리고는 질문을 하는데, 그것에 답하기가 여간 힘 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대표할 만하다고 내가 온전히 믿고 지지할 만한 어떤 개인이나 정당이 내가 보기에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알지 못하여서 그럴 수도 있는데, 정말 내가 잘 알지 못하여서 그렇다면 좋겠다.

우리 지역의 대표라고 내가 뽑을 사람, 명품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얼마나 많은 덕목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정치 또는 정치인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내가 현실감이 없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우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성실히 행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진정한 긍지와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누가 알아주기를 원하거나 높임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낮은 곳에서 섬기는 것으로 더 큰 영향력을 끼치며 진정한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공들인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으며, 지금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원칙을 지키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패배하였으면 패배를 인정하고,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자가 주어진 기간 동안에 갖는 권위를 인정하는 사람이어서야 한다. 이런 것이 선거라는 게임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고 규칙을 지키는 자만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하여 지역을 이용하면서, 지역을 위해 자신이 일한다고 스스로 착각하며 남도 속이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꼭 밝혀지기 마련이다. 얼른 보면 비슷해 보여도, 복제품의 가치는 명품의 수백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조용하게 지켜보는 힘 있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면 한다. 지금 당장 시끄러운 의견을 즉흥적으로 내지는 않아도, 정말 중요할 때에 결정적으로 행동하는 양식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에, 역사의 흐름에 부끄럽지 않은 지역 대표가 되며, 명품의 리더로서 기억될 것이다.

살림 사는 아낙이 3년간 기도하듯이 자신의 일에 충실하였더니 명품 브랜드가 되어 있었단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대표를 뽑는데 명품 브랜드를 기대해 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 지역 대표로서의 명품 브랜드로 자신을 가꾸는 많은 ‘효재’들이 있기를 기대한다.

자기 일에 솜씨가 부지런한 사람을 보았느냐? 그런 사람은 왕들 앞에 설 것이며 낮고 천한 사람들 앞에 서지는 않을 것이다. (잠언 22장29절)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