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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기다리는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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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기다리는 마음

양산시민신문 기자 301호 입력 2009/10/13 10:08 수정 2009.10.13 10:08



 
↑↑ 신민생
양산대학 조선/선박시운전과
ⓒ 양산시민신문 
살다보면 손톱 밑 작은 가시같이 하찮은 것에도 아파하고, 보기 싫은 일을 참기도 하는 등 차마 지나칠 수 없는 일 들이 많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남학생의 입을 맞추고 급하게 전동차를 타러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어린 자식을 대할 때처럼 너그럽게 바라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로 했는데 왠지 기분이 그랬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못마땅한 행동을 선의의 눈길로 바라보고자 했다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함께했다.

부산 노포동역 건너편에는 양산대학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매일 아침 이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여학생이 있는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항상 출발하기 10분 전쯤에 점잖게 담배를 피우고, 꽁초는 발로 비벼서 끄는 용감한 학생이다. 이제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뒷방 영감 취급받을 만큼 시대가 변했고, 여성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오픈된 장소에서도 새빨간 입술에서 흰 구름과자를 부끄럼없이 둥실둥실 떠다니게 하는 시절이 되었으니, 누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하고 제재를 하기가 힘든 시대가 되었다. 여학생은 담배 피우면 안 되고, 남자는 담배 피워도 된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막상 반복되는 그 학생의 모습에 기다림의 미학, 느림의 미학, 참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멀리 도망간다.

담배를 피우는 장소와 담배를 피운 후의 행동, 대학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버스를 탈 때 지나가는 행인들이 그 여학생 한 명만을 생각할 지 아니면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많은 여학생들을 같은 부류로 도매 값으로 생각할 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누리는 자유를 누가 뭐라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많은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고쳐야할 행동을 지적하고, 개선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관여할 때도 있다. 공적인 경우든 사적인 경우든 정당하게 지도를 해야겠지만, 사적인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잘잘못을 지적하고 충고를 하게 되면, 자신의 잘못을 겉으로는 뉘우치는 척하지만 표정은 좋지 않고, 지적받은 상대방의 기분도 좋지 않을 것이고,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 자신도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면 내가 상대방보다 옳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누군가를 깎아내린다고 내 자신의 기분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고, 한걸음 물러나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긍정적이고,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못하고 살아왔다.

부산 연고의 야구팀 롯데자이언츠의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는 선수들이 잘해도 박수, 못해도 연방 박수를 보낸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에서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흥을 내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이 박수의 힘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로이스터 2년 재임 동안 꼴데라는 별명의 야구팀이 가을 잔치에 나갈 수 있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거나, 우리의 아이들이 자랄 때를 생각해 보면 철 없고, 어린 시절에는 자식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용서하는데 더 익숙했던 우리의 정서를 타인에게도 자식에게 주었던 것처럼 무조건적인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야겠다고 마음먹다가도, 한편으로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복장을 했고, 대학의 로고가 그려져 있는 셔틀버스를 타는 여학생에게는 로이스터처럼 박수를 보내지 못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사고방식이어서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 학생의 기분과 내 자신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간다면, 그 학생에게는 곤혹스럽고 차가운 행동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적인 마음으로, 사심 없이 진실로 나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개념, 전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앞선다.

닭 알에서 병아리가 나올 수 있기까지는 수많은 시간 동안 어미닭의 사랑과 헌신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껍질을 깨뜨려서는 알이 병아리라는 생명이 될 수 없듯이 작은 부리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생각과 엄격한 잣대로 조치를 취해야 되겠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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