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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그리운 상처 ..
사회

[시 한줄의 노트]그리운 상처

양산시민신문 기자 301호 입력 2009/10/13 10:11 수정 2009.10.13 10:11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제 무게를 덜어낸 나무들
떠나간 애인의 단발머리를 추억하듯
여남은 이파리를 말없이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창틀에는 닦여 나가지 않은 오래된 먼지들이
여기저기 둥글게 달라붙어 있고,
감나무에는 홍시 몇 개가
얼굴 붉어지도록 지상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다 아물지 못한 것들만 자국이 되는 시간
말라버린 꽃대 근처를 기웃거리며
밑줄도 긋지 않고 저린 안팎을 혼자 읽어가다가
어느 행간에 굵게 긁혀진 상처를 읽습니다
하나, 둘 발목이 돋는 시간
상처도 등을 맞대면 환해지나 봅니다
벌써 서산(西山)은 캄캄해지고,
오늘 또 누군가 나를 떠메고 저물어간다고
써야 하는데
고단한 불빛들은 벌써부터 깜박거리고

양형근 시인
2001년 『시선』으로 등단. 시마을 동인. 시집,『수채화로 사는 날』,『안부가 그리운 날』,『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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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양산시민신문 
해질녘 바라보는 애잔한 풍경이 있습니다. 나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기억에 길이 생기고, 낮은 그루터기에도 발목처럼 그림자가 돋습니다. 하염없이 저녁해에 마음을 맡기다보면 한때 상처였던 것들이 웅얼웅얼 말을 걸어옵니다. 생각에 잠긴다는 것은 이처럼 그리운 것을 호명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상처일지라도 말입니다. 창문의 먼지처럼 상처도 그렇게 시간에 기댄 채 누군가에게서 나를 지워가고 있습니다. 별빛, 그 별빛은 모두 추억의 빛깔로 당신의 저녁으로 향해 갑니다. 쓸쓸한 톤의 시가 저에게도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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