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일제고사에 밀렸다. 한글날이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더니 급기야 학교에서 조차 푸대접 받기에 이르렀다.
지난 9일은 536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 등 세계적 학자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한글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이 때문에 매년 양산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백일장, 한글골든벨, 독서퀴즈대회 등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약속이나 한 듯 양산지역 학교들이 잠잠하다. 그 흔한 백일장도 열리지 않았다.
이유는 13~14일 치러질 초ㆍ중ㆍ고 학업성취도 평가, 일명 일제고사 때문이다. 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행사에 시간을 빼앗길 수 없다며 한글날 행사를 취소하거나 미룬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양산지역 학생들의 낮은 성적으로 한동안 교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던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양산교육청을 필두로 일선 학교에서 T/F팀을 운영해 학습지도를 할 정도로 학력향상을 위해 한 해 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험 치르는 날도 아닌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 날 때문에 한글날이 밀렸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전교생이 아닌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만 치르는 시험인데도 말이다.
단순히 시험에 대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면 공교육과 사교육, 학교와 학원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