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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은응나무 그늘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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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은응나무 그늘에 앉아

양산시민신문 기자 303호 입력 2009/10/26 15:49 수정 2009.10.26 03:49




 
↑↑ 김동현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장
양산여고 교사
1998년 <자유문학> 시부 신인상으로 등단
ⓒ 양산시민신문 
너는,
남지나南支那가 고향인 갈잎 큰키나무
오월, 연초록 꽃이 바람에 날고
구월 한때 절제하여 사랑을 하는 너는,
남녀가 유별한 정갈한 사람이고나


은응나무 그 화안하고 노오란
벤치 그늘에 앉으면
공, 공,
천 년 묵은 해수咳嗽소리에 네 온 몸이 울고
곰삭은 온갖 사연이
노랗게 노오랗게 엽서엽서 고이 내리는데


은응나무 아래에선 사랑하는
아사달과 아사녀가 만나
가슴 에이는 사연으로 헤어지기도


어여쁘고 작은 것이 태어나
새하얀 백발로 하늘하늘 손 흔들며
꽃상여 타고 떠나가기도 하였으리니


하마하마,
애닯은 고름 같은 얘기를
서리서리 묵혀두었다간
썩어 문드러진 외피로
고약한 냄새 풍겨대는 너는,
영사靈蛇를 깃들이어 키우기도 하는
독한 한 마리 영생하는 짐승이고나


* 은응나무 : 은행나무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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