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들은 그렇게 한 몸에 모여든다 ↑↑ 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회원ⓒ 양산시민신문
마침내 너무 절친해져서는
한 번 자리잡은 주름들은 잘 떠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
바로 주름의 자리,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는 것,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것은 적극적인 비워냄의 행위이다
아직도 비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할머니
지금은 다만 극단으로 깊은
주름의 골과 골 사이,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주름
배영옥 시인
1999년 '매일신문'으로 등단
시를 쓰는 일의 생명은 새로움에 있습니다. 하나 일찍이 김기림도 말한 바 있거니와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말해져야 할 것은 이미 다 말해졌으니, 중요한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말하는가에 달려 있겠지요.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금인 주름은 시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모티브입니다. 이 시는 그 ‘주름’을 통해 삶을 해석해 낸 점이 이채롭군요. 늙음은 비워내는 것이고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겠지요.
좋은 시는 이처럼 읽는 이를 압도하는 새로움이 있고, 삶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건, 우리 삶에서 <울음>이 갖는 상징성 때문일 것입니다. 잔잔하게 읽히면서 깊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