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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 자살! 관심과 대화로 막을 수 있다..
기획/특집

청소년 자살! 관심과 대화로 막을 수 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06호 입력 2009/11/17 09:44 수정 2009.11.17 09:45
청소년 자살 증가…이유 ‘가정불화’ 많아


상담원 “자살은 한 가지 이유 때문 아냐”




여중생들 투신자살…충격
지난 10일 여중생 2명이 ‘학원ㆍ학교가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채 남부동 모 아파트 옥상에서 동반 투신자살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지속적으로 우울증 증상을 보여 왔으며 이미 한 차례 자살 시도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지난 5월 이미 한차례 중학생 투신자살 소식으로 받은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올해 또 다시 발생한 청소년 자살사건이기에 양산 전역이 술렁이고 있다. 과연 이들의 죽음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찾아 청소년 자살의 현주소와 예방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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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4~ 2008년 초ㆍ중ㆍ고교생 자살 현황’을 살펴보면 2004년 101명이었던 연간 학생자살자 수가 2008년에는 137명으로 35.6% 증가했다.

자살 원인은 ‘가정 불화’가 28.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염세 비관’(19.6%), ‘학업 스트레스’(10.1%), ‘이성문제’(7.2%), ‘실직ㆍ부도ㆍ궁핍’(6.7%)이 뒤를 이었다. 자살 원인별 증가 폭은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은 2004년 4명에서 2008년 17명으로 4배 넘게 증가했고, 가정 불화도 15명에서 54명으로 3.6배 늘었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을 한 가지 이유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선 상담원들의 설명이다.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이정희 선임상담원은 “흔히 청소년 자살을 충동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그렇다고 한 가지 이유 때문에 목숨을 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성적이 떨어져서, 엄마에게 혼나서, 친구와 싸워서 자살했다는 식의 판단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자살을 할 수도 있는 일이구나’라고 일치화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2명 중 1명은 자살생각
고학년으로 갈수록 고민 심각


(재)경남청소년종합지원본부 상담지원센터의 ‘청소년 자살의 특성’에 나타난 청소년 자살 사고율(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적 있는 비율)은 46.7%로 청소년 2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3년간 죽음만이 문제해결의 대안이라고 고민한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 초등학생 12.4%, 중학생 18.7%, 고등학생 21.7%로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청소년 자살의 증가 원인으로는 ▶사고보다는 행동이 우선 ▶죽음을 문제해결의 한 방법으로 선택 ▶학원, 이성관계. 가정문제로 인한 높은 심리적 갈등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에 민감해 증가한 모방자살 ▶우울증, 정신분열증, 약물남용, 알코올 남용 ▶이전에 비해 자살방법과 도구획득이 용이 ▶이전에 비해 가족해체와 사회변화가 급속하기 때문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자살예방의 최선책은 대화와 소통
청소년 스스로도 대화상대 찾아야


원인이 있다고 자살방지 ‘명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방은 결국 대화와 소통이다.

청소년들은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대부분 혼자 해결(29%)하거나 친구와 의논(8.2%)한다. 부모(1.2%)와 전문가(1.2%), 교사(0.1%) 등과 상담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정희 상담원은 “청소년기 아이들은 퉁명스럽고 쉽게 짜증을 내 여유를 갖고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어른들 역시 아이들의 얘기를 잘 듣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대화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는 가장 최선책은 부모님은 물론 학교 담임교사나 상담교사 등 주변 어른들이 먼저 대화를 시도해 아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청소년 스스로도 터놓고 말할 상대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건 내 문제다. 내가 짊어져야 한다. 누구랑 대화한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는다’는 식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살예방교육 터부시해선 안돼
남겨진 친구들에 대한 치료 필수


학교에서의 자살예방 교육도 필요하다. 청소년시절부터 자살예방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실시해 자신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자존감을 심어줘야 한다. 더욱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청소년이라면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정희 상담원은 “쌓여가는 자신의 고민을 밖으로 표출하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자기 안으로 넣으면 불안감과 패배감에 휩싸여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전의 성교육이 그랬던 것처럼 자살을 자극할 수 있다고 터부시하고 있는 자살예방교육을 이제는 학교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살예방 뿐 아니라 자살사건 후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상담치료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상담원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 다른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마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것처럼 인지하지만 내 친구의 일은 내 일처럼 느껴진다”며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어제 같이 공부했던 아이가 오늘 옆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집단 혹인 개인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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