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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 줄의 노트]그리운 이름..
사회

[시 한 줄의 노트]그리운 이름

양산시민신문 기자 306호 입력 2009/11/17 10:39 수정 2009.11.17 10:39



 
↑↑ 김순아 /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양산시민신문 
흔들리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더듬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일격에 넘어뜨리는 가로등,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배홍배 시인
전남 장흥출신. 월간 《현대시》 등단(2000년). '시산맥' 동인. 한국 시인협회 회원. 시집으로 『단단한 새』(문학의 전당, 2006)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고요아침, 2006) 등이 있다.

옛 시대엔 보고 싶은 마음을 가슴 안에 간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합니다. 전화도 없던 그 시절, 밤을 지새워 간곡한 긴 편지를 쓰며 지우며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도 보고 싶음과 긴 편지가 있겠는지요. 손끝을 움직여 다이얼을 돌리거나 수첩에 써 넣은 사무절차 속에 한 줄의, 혹은 한 글자의 약칭으로 비좁게 처리되는 그 사람의 이름.
휴대폰의 등장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만남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편지처럼 사나흘 걸려 전달되는 여운의 관계가, 보다 빠른 디지털화된 인관관계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이 시의 <사소한 사랑>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문명사회의 슬픈 감정의 토로이겠다 싶습니다. 아울러 <사소한 사랑>이 무덤을 일컫는 그리운 이름일 것이라는 결연함에 숙연해지는데요, <잊지 마라>에 담겨진 의미를 다시금 짚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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