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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 양산대학 관광외식계열 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와인은 보통 일년 이상 숙성 저장시킨 후 시장에 유통된다. 그런데 보졸레 누보는 그 해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전 세계에 출하한다. 또 출하 일을 예고하고 일시에 와인을 방출함으로써 전 세계인이 동시에 와인을 즐기는 기쁨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한다.
사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의 황제 조르쥬 뒤뵈프(Georges Duboeuf)의 피나는 노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으로 탄생되었다. 보졸레 지역은 프랑스의 유명와인 생산지인 부르고뉴(Bourgogne)지역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본래 부르고뉴지역은 피노누아(Pinot noir)와 가메(Gamay)라는 포도품종을 재배하여 와인을 생산했다.
그런데 피노누아는 훌륭한 와인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비해 가메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1395년 부르고뉴공작은 부르고뉴 와인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가메를 모두 뽑아 버리고 다시는 재배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 이후 가메는 보졸레 지역에서만 재배되어 와인으로 생산되어졌지만 가메의 특성상 신 맛이 강하고 쉽게 상하며 장기 숙성도 잘 되지 않아 그냥 보졸레 지역 사람들만이 마시던 펑범한 와인이었다.
이런 가메가 조르쥬 뒤뵈프를 만나 가메의 특성이 탄화 마쎄라시옹(Mace’ration Carbonique: 별도의 압착 없이 포도 송이채 탱크에 집어넣어 그 압력으로 포도즙을 내는 방식)이란 양조법으로 새롭게 탄생되어졌다. 또 11월 셋째 주 자정을 넘기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이 와인을 마실 수 없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이제는 11월이 되면 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유명 와인으로 거듭나 현재 150개국에 약 6천만병이 수출되고 있다. 보졸레 누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보졸레 지역으로 피난 온 파리 출신의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프랑스인들에게 알려진 이후 전 세계로 진출하면서 우리나라에는 2000년에 입성했다. 2006년에는 보졸레 누보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절정기를 맞이하였지만 그 이후 열기는 다소 시들해졌다. 그러나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으레 11월이 되면 수확 후 오래 되지 않아 출시되는 올해 햇 포도주의 매력은 어떨까 생각하며 보졸레 누보의 와인 퍼포먼스를 기다린다.
그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햇 포도주의 맛과 향은 어떨까? 가메의 특성상 매우 선명하고 화사한 루비레드의 아름다운 색과 과일향이 풍부하고 신선한 맛을 지닌 보졸레 누보는 타닌이 적어 레드와인 중 가장 마시기 쉬운 와인이다. 어쩌면 레드와인이지만 화이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실 때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해서 마시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잠깐 발효하여 저장과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온 신선한 와인으로 쉽게 상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마셔 주는 것이 좋다. 통상적으로 이듬해 부활절까지는 마셔야 하며 크리스마스 전까지 마셔주면 좋은 상태의 보졸레 누보를 즐길 수 있다. 레드와인에는 폴리페놀성분이 많아 꾸준히 마시면 심장병 등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면역력을 강화시키는데도 한 몫 한다고 한다.
보졸레 지역은 보졸레 누보 외에도 와인생산지역이 많다. (그랑 크뤼급을 생산하는)10개의 유명와인생산지역과 보졸레 빌라쥬지역이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일반 와인양조법을 사용하며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에 장기 숙성 가능한 와인들도 있다. 그러나 보졸레 누보는 장기 숙성하기 힘든 와인이기 때문에 빨리 마셔야 한다. 프랑스 법에 의하면 보졸레 누보는 다음 해 8월 31일이 지나면 판매할 수 없게 되어있다.
2009년 보졸레 지역은 지난 60년을 뛰어 넘는 최고의 기후조건을 보인 탁월한 한 해 였다고 한다. 좋은 기후 조건 때문에 포도의 성숙도도 최고였고 산도 및 ph도 완벽했으며 훌륭한 당도를 얻을 수 있어 와인의 질이 아주 좋다고 한다. 2009년 빈티지(vintage:수확년도)는 과거의 좋은 빈티지를 보였던 1949년, 1959년, 1969년, 1999년 과 함께 행운의 한 해로 기록되어진다고 한다.
다음 주면 세계 최대의 와인축제가 시작된다. 보졸레 누보가 비행기를 타고 우리 곁으로 온다. 혹 마트나 와인 샵에서 행운의 9빈티지를 단 보졸레 누보를 만난다면 한 병 사기를 권한다. 최고의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보졸레 누보의 맛과 향을 즐기는 소소한 기쁨을 만끽하며 건강까지 챙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