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가을날 위천 마을을 찾아가면 창감나무가 가지가 늘어질 듯 감을 매달고 있다 아래 각단 순남이는 보리밥 한 솥 지어놓고 골목길 누비며 코흘리개 동생들 부르고 멀건 된장뚝배기 초라한 밥상이 부끄러워 차마 동무 부르지 못하고 물소리 돌돌 들리는 냇가에 앉아 반딧불이만 불러 놀았다 담장 밑 맨드라미 제 고개를 못 이길 때면 쑥부쟁이 흐드러진 저수지 둑방 억새가 물결지던 말랑 고개 넘어 고속도로 건너 위천 마을로 가면 그리운 옛 동무 해 그림자 드리운 토담길 곱돌아 모두 나와 반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