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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조광수의 중국알기]짜이지엔(再見)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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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수의 중국알기]짜이지엔(再見) 2009!

양산시민신문 기자 311호 입력 2009/12/22 09:54 수정 2009.12.22 09:54



 
↑↑ 조광수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2009년 한 해도 중국은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다. 한편으로 역동적이고 또 한편으로 불안정하니 들쭉날쭉하는 것은 필연이다. 신화 통신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전하는 중요 키워드 몇 가지로 2009년을 정리해 볼까 한다.

무엇보다 2009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60주년(60大慶)’과 ‘군사 퍼레이드(大閱兵)’가 첫 번째 키워드다. 군사비 지출 세계 2위의 강국답게 미국 워싱턴까지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항공모함 잡는 크루즈미사일 등 첨단 무기들을 선보였다. 중국이 미사일 강국이 된 배경에는 1950년대 마오쩌둥과 첸쉐선(錢學森)의 의기투합이 있는데 마침 10월 31일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존경받던 첸 박사가 국민들의 애도 속에 97세로 서거했다.

두 번째로 ‘경제 성장률 8% 목표(保八)’를 들 수 있다. 작년 여름 이후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처하면서 중국은 정부 재정 800조원과 은행 대출 1천600조원을 풀었다. 무역 규모가 20% 이상 감소했지만 내수 부양으로 8%의 성장률은 견지하겠다는 의도였다.

철로 신설 같은 대규모 토목 공사로 2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가 하면, 농촌 지역에서 가전제품과 소형 자동차를 구입하면 직접 현금으로 지원하는 정책(家電下鄕) 등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실시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준수하다. 금년 1/4분기에 성장률 6.1%로 바닥을 찍고, 2/4분기는 7.9%, 다시 3/4분기엔 8.9%를 기록하면서 어떻게든 8%는 맞추겠다는 정부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2009년 전체로는 8~8.5%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 번째로 인기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달팽이 집(蝸居)’이란 용어가 서민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달팽이 집 만큼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수모와 고난도 감수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는 공감과 연민을 불러 일으켰다. 드라마에는 집 장만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가족 중 하나가 사장의 정부 노릇까지 불사하는 장면이 있다. 이 내용을 두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sina.com이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더니 47%가 그럴 수 있다고 답해 그 결과를 두고 또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다.

네 번째로 서민들이 주택 마련하느라 달팽이 집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과는 반대로 한편에선 부동산 경기 회복에서 고수익을 얻고 있는 일부 부유층을 지칭하는 용어인 ‘부동산 거부(地王)’를 들 수 있다. 기왕에도 엄중한 계층간 소득 격차 문제가 주택과 토지 소유 여부로 더욱 커져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정부로서는 부동산 경기를 쉽게 꺾을 수도 없는 정책 딜레마에 빠져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졸부가 많아지면서 생긴 용어인 ‘나도 돈은 좀 있다(不差錢)’이다. 갑자기 부자가 되면 표를 내고 싶어지기 마련이고, 그 모습을 아니꼬워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졸부들의 과시욕에 굳이 ‘나도 돈은 좀 있다’라고 대꾸하는 장면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섯 번째 키워드는 ‘숨바꼭질 놀이’다. 금년 2월 윈난(雲南)성의  감옥에서 발생한 한 청년의 의문사에 대해 공안이 감방 동료들과 숨바꼭질 놀이하다가 뇌진탕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일이 있었는데, 권력기관의 어이없는 몰염치와 이를 보고도 어쩌지 못하는 인민들의 무력함을 표현한 용어다.

이십여 년 전 서울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한 대학생의 고문치사에 대해 경찰이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라고 발표해 국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는데, 그런 희생과 대가를 지불한 끝에 적어도 한국에선 ‘숨바꼭질 놀이’ 같은 맹랑한 변명은 허용되지 않는다.

끝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차스닥(創業板)’이다. 중국 증시는 1990년에 출범하여 지금 지수가 3천300을 오르내리고 있다. 공상은행 같은 기업은 시가총액으로 세계 1위 은행이다. 증시에 상장하려고 대기 중인 벤처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드디어 금년 10월 30일 선전에서 차스닥 거래가 개시되었다. 거래 첫날 28개 전종목이 75% 급등하면서 출범했으나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문자 그대로 롤러코스터 장세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의 성숙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임에 틀림 없다.

미국의 언론 모니터 연구기관인 글로벌랭귀지모니터(GLM)가 5만 개의 언론 매체와 인터넷 등에서 지난 10년 동안 언급한 뉴스 빈도를 조사한 결과 1위로 ‘중국의 경제대국 부상’이 뽑혔다. 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 같은 빅 뉴스를 현저하게 앞섰다. 중국의 변화가 얼마나 세계인의 주목거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이다. 2009년, 중국은 또 많이 변했다. 21세기의 첫 10년이 지난다.

짜이지엔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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