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을 앞둔 불 꺼진 구멍가게 맥주상자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
소주병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 따라 들린다
눈은 유들유들 내리고
고양이 쓰레기종량제 비닐봉지를 찢어 헤치는
이 밤은 갈 곳 없는 중년의 저 사내와 눈 밑에 딴딴히 얼어붙은 땅뿐이로구나
박흥식 시인
1956년 충북 옥천출생. 1992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아흐레민박집>(창작과비평사, 199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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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나 갈망은 본성적으로 잠재된 인식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일상을 영위할 때는 은폐되어 있다가 스스로를 비출 때 은연중 발견되지요. 문제는 어떤 대상을 되비춰보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모든 대상의 근원은 자아의 분신으로 집약될 것이지만, 그 양상들은 시인들마다 각기 다를 것입니다. ↑↑ 김순아
한국문인협회 양산시지부 회원ⓒ 양산시민신문
이 시는 ‘지금 여기’에서의 자아가 불편한 자아임을 고백하고 다시 시원을 향한 목마름으로 향하도록 진행되고 있군요. 시 전체를 관통하는 쓸쓸함의 정서는 이러한 갈급함에서 연유된 듯합니다.
‘덕석’은 추울 때 소의 등을 덮어주는 멍석을 말하는 것으로, 제목의 암시는 마지막연 사내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가 좋은 이유는 수사의 기름기가 빠진, 진정성에서 강력한 서정의 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내가 어디서 왔는지 왜 맥주상자 뒤편에 있어야 하는지의 인과는 연과 연 사이 상상력으로 열려 있습니다. 시골과 도회가 겹치는, 그런 풍경에 골몰하게 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