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글로벌 사회문화]인도인은 싸우지 않는가 ..
오피니언

[글로벌 사회문화]인도인은 싸우지 않는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312호 입력 2009/12/29 09:39 수정 2009.12.29 09:39



↑↑ 이운용
영산대학교 인도비지니스학과
ⓒ 양산시민신문
인도에 주재하면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고 느낀 것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싸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뉴델리에서 딱 한 번 도로 한복판에서 싸우는 것을 목격하였다.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정차하면서 앞에 서 있던 오토바이를 건드려 쓰러뜨렸다. 오토바이에 탄 20대 초반의 청년이 승용차로 다가가 항의하자 승용차에서 30대 정도의 남자가 내리더니 무조건 청년의 머리카락을 부여잡고는 구타를 하였다. 청년은 어이구 어이구 소리만 지를 뿐 전혀 반격을 하지 못하고 맞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청년이 체격도 더 좋으면서 말이다. 어느새 구경꾼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난리가 났다. 얼마 후 경찰이 오고 승용차 주인은 오토바이 청년을 경찰에 넘기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내가 보기에도 분명 승용차가 잘못하였는데 모든 상황이 거꾸로 돌아가기에 의협심이 발동하여 결국은 내가 나서고 말았다. 경찰에게 다가간 나는 처음부터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승용차 주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나쁜 놈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몇 사람이 오토바이 청년은 잘못이 없다고 몇 마디 거들었고 그제서야 경찰은 오토바이 청년을 놓아주고는 승용차 주인과 몇 마디 주고 받더니 그대로 돌아가 버린다.

왜 청년이 잘못도 없이 구타를 당하면서도 상대에게 대들지 못하였는지 너무 궁금하여 잘 아는 인도 친구 변호사 소디에게 물어보니 이것이 계급사회 풍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인들은 서로 이해가 상충될 때 우선 상대가 나보다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무조건 죽은 시늉을 하고 대들지 않는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상위 카스트인가, 누가 사회적으로 강자인가를 우선 살펴보기 때문에 결론은 이미 난 것이며 싸울 일은 별로 없다.
북인도의 뉴델리에서는 거의 보지 못한 거리에서의 언쟁을 남인도의 첸나이에서는 가끔 목격하곤 한다. 북인도 보다는 남인도가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이기 때문일까?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