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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송구영신(送舊迎新)과 ‘아홉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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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송구영신(送舊迎新)과 ‘아홉 차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12/29 09:49 수정 2009.12.29 09:50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 양산시민신문 
구한말 한국에 갓 부임한 외국인 선교사가 있었는데, 아직 한국어가 많이 서툴렀다. 그런데 마침 그 선교사가 송구영신 예배시간에 설교를 하게 되었다.

“친애하는 교우 짜매 여~러분! 오늘 이 밤이 지나면, 지난년이 가고 새년이 옵니다, 우리는 오는년을 맞이함에 있어, 새년과 함께 보낼,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듯, 간년을 과감하게 정리하여야 할 마음가짐 또한 중요합니다. 참으로 지난년들을 돌이켜 보면, 여러 가지 기대가 충만했던년도 있었지만, 어떤년은 대단히 실망스럽기도 했으며. 어떤년은 참 재미있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조금 있으면 돌아올 새년에 대해 우리 각자의 마음속은 과연, 이년은 어떤년일까 하는 기대에 찬 호기심으로 꽉 차 있겠지요. 희망찬 마음으로 새년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는 설교였지만 내용은 지난해를 잘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이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09년을 넘겨 딛고 희망찬 2010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마치 집에 갈 때 타고 온 기차에서 내려 집 앞까지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다.

서양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에 손을 잡고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한다. “셋, 둘, 하나, 드디어 새해입니다” 이렇게 외치면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고 샴페인을 터트린다. 그리고 올드랭 싸인(Auld Lang Syne)을 부른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세시 풍습으로는 ‘아홉 차례’라는 것이 있다. 글을 읽어도 아홉 차례 읽고, 새끼를 꼬아도 아홉 차례 꼬고, 나무를 해도 아홉 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아홉이라는 것은 십을 다 채우지 않고 약간은 모자라게 살라는 처세 철학이 담겨 있는 세시 풍습이었다.

밥을 먹어도 배불리 먹지 말라는 것이나 세력을 남김없이 부리지 말며,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하지 말고, 복도 남김없이 누리지 않는 것이 화를 멀리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절제를 가르치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절제함이 없는 것을 가장 혐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해에는 우리 조상들이 보여주었던 ‘아홉 차례’처럼 내 감정, 내 기분, 내 생각, 내 말을 절제하고 오히려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려할줄 아는 마음으로 절제하는 삶을 살아가자.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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