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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지연)는 지난 22일 양산종합운동장 회의실에서 한글교실 겨울방학식의 일환으로 ‘한글교실 말하기와 그림대회’를 열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도전장을 낸 결혼이민자 여성들 모두 8명. 이들은 그동안 익히고 배운 한국어로 재미있고 진솔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물론 문화적 차이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었던 이야기까지 꾸밈없이 전했다.
발표 중에 긴장감과 서툰 한국어로 실수를 연발했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또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참가자가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면 지켜보는 이들이 힘찬 박수로 격려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번 대회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배웠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재치 넘치는 말솜씨가 돋보인 베트남 출신 김선영 씨가 1등의 영광을 차지했다. 김 씨는 “남편과 또 다른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유창한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2등과 3등은 중국에서 온 쉬진링 씨와 헤구오 씨가 각각 차지했으며 베트남에서 온 L 씨가 사투리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인기상을 받았다.
이어진 그림대회 시상식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친정집이 있는 베트남 풍경을 그린 우엔티응옥찐 씨가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 호티프엉 씨와 후인티히에우 씨는 각각 2등과 3등을 수상했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든 알린 씨는 인기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시상식 후 이어진 장기자랑시간에는 최근 유행하는 한국노래와 춤 등 한국생활에서 갈고 닦은 숨은 장기를 유감없이 자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안덕한 대표는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행복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며 “양산을 또 다른 고향이라고 여기며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이 돼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차이로 겪은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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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지 10개월 밖에 되지 않아 한국말이 서툴러 ‘음식’을 ‘임신’으로 잘못 말한 적이 있어요. 시댁식구들이 임신 축하한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말하느라 고생을 좀 했었죠. 앞으로 한국어 열심히 배워서 한국말 잘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순대를 사러 시장에 가서 아주머니께 젓가락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손가락 두 개만 주시면 안되냐’고 했었던 쑥스러운 경험이 있어요. 여러분도 실수하신 적 많지요? 다음에는 더 열심히 배워 실수 조금만 하도록 해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외국인이라고 이상하게 힐끔 쳐다보는 눈길에 자존심이 상한 적이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외상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이웃들과 친하게 인사를 나누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제 고향입니다”
“처음에 저는 한국음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것을 보고 신기하고 무섭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그러던 제가 임신을 했을 때 회만 먹었다는 게 믿어지세요? 이제 한국사람이 다 된 것 같아요”
L(22, 베트남)ⓒ 양산시민신문
“한국말 배우는 게 어렵지만 특히 시어머니가 항상 쓰는 사투리 때문에 답답한 적이 많아요. 공부할 때는 ‘행주’라고 배웠는데 어머니는 ‘행지’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사투리가 알아듣기 어려워 싫었지만 이제는 친근감이 들고 정겹게 느껴져요”
“용기 내어 도련님 애인 흉을 살짝 볼께요. 어느 날 집에 도련님 애인이 찾아 왔어요. 대낮부터 도련님과 술을 마시고 제가 사용하는 부엌살림에 손을 대는 거예요. 또 아무리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나한테 슬그머니 반말을 하더라구요. 도련님, 좋은 여자 만나세요”
“결혼하고 남편과 행복했지만 사소한 일로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그 중 하나는 제가 방귀를 꼈는데 남편이 잔소리를 하는 거예요. 여자가 방귀를 함부로 껴서는 안된다면서요. 하지만 이제 우리부부는 남편이 방귀를 뀌면 저도 한 번 뀌는 방귀부부가 되었답니다”
원탄투이(27, 베트남) ⓒ 양산시민신문
“처음에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 고향 방문했을 때 베트남 음식 먹고 알레르기가 나서 고생했어요. 저한테는 김치가 맞는 것 같아요. 우리 남편도 제가 담근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전 정말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