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탄생지 룸비니
히말라야의 땅 네팔로 넘어가기 위해 와라나시에 도착하니 접경도시 고락푸르로 가는 열차시간이 임박하다. 쫓기듯 대충 저녁을 먹고 와라나시정선역으로 갔다. 이번에는 퍼스트클라스(FC)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침대칸에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델리에서 와라나시로 오던 때와는 천양지차다. 종착역인 고락푸르에 내리니 아침이다. 곧바로 국경지대인 소나울리로 가려다 시간이 좀 남아 쿠쉬나가르를 둘러보기로 했다. 왕복 4시간 가량 걸리는데 택시비가 1천루피다.
쿠쉬나가르는 인도의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죽음을 예감한 부처가 비하르주의 바이샬리에서 마지막 하안거를 보낸 뒤 와서 열반한 곳이다. 열반당 앞에서 현지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부처님이 그 아래서 열반에 드셨다고 전하는 두 그루의 사라수, 즉 사라쌍수가 있다.
몇 시간 뒤 우리는 소나울리로 가서 인도·네팔 국경을 통과한 뒤 부처님의 탄생지인 네팔땅 룸비니에 도착했다. 라울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정하고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달랬다.
룸비니를 둘러보고 대성석가사에서 점심을 얻어먹게 되었다. 사찰에서는 이곳을 찾는 모든 여행자들한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해준다. 인근에 있는 중국절에 가보니 ‘수연보시 무량복전’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내용인즉 ‘인연따라 베풀고 한량없는 복을 받으라’는 뜻이란다.
조용한 룸비니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네팔 제2의 휴양도시인 포카라로 향했다. 포카라를 가기 위해서는 바이라와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했다. 바이라와에서 포카라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길이 있는데 꾸불꾸불하지만 빠른 길은 마오이스트 때문에 불가능했기에 부뜨왈에서 무글링을 거쳐 포카라로 가야했다.
사랑산 전망대에서 보는
히말라야
필자가 몇번이나 가본 곳이지만 갈 때마다 느낌은 새롭다. 하루종일 낡은 버스를 타고 덜커덩거리며 포카라에 도착하니 녹초가 되었다. 한국식당에 들러 푸짐한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 근처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포카라에는 깨끗한 숙박업소가 대체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잘 선택해야 한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가기 전 만년설의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감상하기 위해 사랑산에 올랐다. 사랑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조망은 압권이다. 인류 최초로 등정을 허락한 안나푸르나와 인간의 발자국을 허락하지 않는 마차푸차레, 그리고 다울라기리는 아름답고 웅장했다.
사랑산에서 내려와 포카라 폐와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공항근처에 있는 포카라국제산악박물관을 찾았다. 포카라를 찾는 여행객들이 대부분 들르는 곳인데 세계적인 산악인들의 살아있는 역사가 있는 곳에 우리나라 산악인들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 너무나 아쉬웠다.
그런가하면 내가 알고 있는 일본산악인 노구치 켄은 벽 한 쪽을 그의 산악활동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해놓았다. 노구치 켄은 나와 함께 히말라야 청소등반을 했던 산악인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몇 차례의 히말라야 청소등반과 계속되는 강연을 통해 등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셀파장학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최근에는 마나슬루쪽에 있는 사마가온이라는 산골마을에 학교를 짓고 있다고 한다. 본받을만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카트만두에와서 네팔 산악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산악박물관을 짓는데 일본의 지원이 컸다고 한다.
40시간 지옥같은
버스여행
카트만두에서 여정을 마치고 다시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고 인도 델리로 가는데 40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남미 아콩카구아 등반때 아르헨티나의 맨도사에서 바릴로체까지 20시간 넘게 버스를 타본 적이 있지만 40시간은 처음이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버스표를 구입하기 전 인터넷상으로 버스모양을 보니 타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장거리버스표를 구입했다. 설레임속에 카트만두 스얌부낫트에서 출발한 투어리스트버스는 상상밖이었다. 거의 사람의 인내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30분이나 갔을까.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다고 1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있더니 뒤타이어 펑크로 또 1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그래도 인도 네팔 오지여행에서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다가도 손을 들고 말았다. 갑자기 차가 덜컹거리더니 버스의 앞면 유리가 박살나고 마는게 아닌가. 편하게 가려고 앞좌석을 택했는데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만 안절부절이지 현지인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다. 늘 있는 일이라는 표정들이다.
인도사람들은 네팔사람들을 무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네팔사람들에게서 더 품격이 느껴진다. 소박하고 친절하다. 히말라야를 등반하기 위해 네팔을 찾을 때마다 그들의 인정스러움에 마음이 끌려 이제는 깊은 정마저 들었다.
밤새 곡예를 하듯 달려 날이 밝아올 무렵 드디어 소나울리에 도착했다. 아직도 델리를 가려면 24시간을 더 가야한다. 인도여행이라기보다는 인도탐험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생고생해서 인도의 수도 델리에 도착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빠하르간지로 가서 얼마 전에 머물렀던 마이호텔을 찾아갔다.
인도에서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는 날 밤. 인도여행에서 꼭 먹어봐야할 음식 난(Naan)과 탄두리치킨을 먹으며 평범하게 사는 것을 싫어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산이 전부였던 나에게 이번 인도탐험여행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베리베똘라~~인디아(인도야 다시 만나자)
글·사진 이상배
•양산대학 생활체육과 졸업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천848m), 초오유(8천201m), 가셔브롬2봉(8천35m), 로체(8천516m) 등정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천895m), 북미 맥킨리(6천194m), 남미 아콩카구아(6천959m),
유럽 엘부르즈(5천643m) 등 5개 대륙 최고봉 등정
•(사)대한산악연맹 경남연맹 부회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