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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아이와 함께 읽는 동화]‘짱미’의 후회..
오피니언

[아이와 함께 읽는 동화]‘짱미’의 후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314호 입력 2010/01/12 09:54 수정 2010.01.12 09:54



 
↑↑ 노혜경
1994년 부산MBC 어린이문예 동화부문 당선
1996년 부산KBS 창작동요제 입상(작사, 작곡)
1999년 MBC 창작동요제 동상 수상(작사)
2002년 EBS 창작동요제 입상(작사)
ⓒ 양산시민신문 
아름다운 덩굴장미가 있었습니다.
크림색과 계란색이 잘 어우러진 노란색에 꽃잎 가장자리는 분홍빛이 감도는 오묘한 빛깔을 지닌 꽃이었지요.
탐스런 꽃송이는 물론이거니와 더욱 특별한 건 다른 장미와는 달리 가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을 다 돌아다녀 봐도 저토록 예쁜 꽃은 흔치 않아”
바람이 휘파람을 불듯 중얼거렸습니다.
“그럼요, 꽃의 여왕이 장미라면 장미중의 ‘짱’이 바로 저 덩굴 장미이지요”
참새의 재잘거림에 꿀벌이 윙윙대며 말했습니다.
“장미중의 ‘짱’이라, 그럼 저 덩굴장미를 ‘짱미’라 부르는 건 어때?”
꿀벌의 제안에 다들 박수치며 그러자고 했습니다.
‘짱미’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쪽 저쪽으로 덩굴을 뻗으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냈지요.
짱미가 덩굴을 뻗으려하면 다들 자신의 어깨며 머리까지 기꺼이 내주었습니다.
향나무의 둥치도 휘감았고 야트막한 관목위로도 노란 꽃송이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짱미는 이런 배려만으론 부족한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 아저씨랑 숲 속의 새들이랑 꿀벌과도 정답게 얘기 나눌 수 있을텐데…’
짱미는 기도했습니다.
‘꽃의 요정님, 제가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꽃들의 여왕이라 할만한 제가 다른 꽃들과 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어요?’
“얘야, 넌 이미 다른 꽃들과는 구별되는 특별함을 가지지 않았니. 아름다운 자태며 가시 하나 없는 매끈한 몸매에 모두가 널 사랑하고 있기까지 하잖아”
요정의 타이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짱미는 계속 떼를 썼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요정은 짱미의 부탁을 들어 주었습니다.
말을 할 수 있게 된 짱미는 몹시 신이 났습니다. 지나가는 새들과 바람과도 속살거렸고 주변의 꽃과 나무에게도 쉴새없이 혼잣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이젠 짱미의 불평스런 말들이 주위를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지친 나비가 짱미 꽃송이에서 쉬어가려 앉으면
“넌 날개가 찢어진 병든 나비구나. 어딜 감히 내 꽃송이에 앉겠다고… 어서 꺼져버려”
짱미는 큰소리로 나비를 쫓아버렸습니다.
날아가던 까치의 깃털이 꽃잎 위에 떨어졌을 때도 더럽고 생각없는 새대가리라며 욕을 해댔습니다.
한낮에 꿀벌이 윙윙거리면 낮잠을 방해한다며 짜증을 냈고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심술궂은 노인네라며 면박을 주었습니다.
이젠 모두 짱미의 불평불만에 질려버렸고 슬글슬금 피하기까지 했지요.
짱미가 덩굴을 뻗으려하면 모두들 외면을 했고 짱미의 아름다운 꽃송이는 차갑고 축축한 땅바닥에 널부러져 썩어갔습니다.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왜 날 미워하는 거지?”
짱미의 울부짖음에 날아가던 풍뎅이가 말했습니다.
“당신의 가시돋힌 말들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받았는지 모른단 말입니까? 당신은 말을 하게되면서부터 듣는 귀는 잃어버린 것 같아요. 차라리 말할 줄 모르던 때의 당신이 훨씬 좋았는데…”
풍뎅이는 푸르르 날갯짓을 하며 저만치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날 밤 짱미는 꽃의 요정을 불렀습니다.
“요정님, 꽃의 요정님, 다시 말을 안하게 되어도 좋으니 날 미워하는 이들의 기억속에서 내 못난 행동들을 지워주세요”
짱미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습니다.
꽃의 요정은 짱미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날이 밝으면 숲 속 식구들은 그간 너의 못났던 과거는 잊게 될거야. 대신 네 몸엔 다른 장미들과 같은 가시가 생길 것이야. 그걸 볼 때마다 네가 했던 가시같은 말들을 반성하며 살아야 해”
짱미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날이 밝자 숲 속의 새들은 노래하고 산들바람도 살랑거리며 짱미를 간지럽혔습니다.
땅위에 널부러져 있던 짱미에게 옆의 고목나무 그루터기가 눈짓을 했습니다.
‘내 몸을 감고 올라오렴’
말하진 않았지만 그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그 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짱미는 조심스레 그루터기에 덩굴을 감았습니다. 온 몸에 새롭게 돋은 가시에 그루터기가 아파할까봐 조심, 또 조심하면서.
꽃의 나라엔 다시 따뜻한 인정이 오갔고 노란 덩굴장미도 예전처럼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웠습니다.
가끔씩 제 몸에 돋아난 가시를 보며 눈물짓는 걸 저만치에서 요정은 애잔하게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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