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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옛 선비들처럼 유건(儒巾)을 쓰고 푸른 도포를 입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옷이 어색하고, 생소한 조상들의 전통예절이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훈장의 설명을 듣는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주남동에 있는 남강서원(南岡書院) 선인당(宣仁堂)에서 지난 7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선비문화 체험학습’이 처음으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서원은 조선시대 후학 양성과 사림 유생의 강학장소로 활용되던 일종의 사립학교로, 남강서원은 임란공신인 죽제(竹齊) 이겸수(1555~1598) 공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이후 고종 때 철폐됐지만 지난해 후손들에 의해 138년만에 복원됐다.
특히 남강서원은 성현배향의 기능을 담당하는 사당과 원생을 교육하던 강당, 원생의 생활공간이었던 동재와 서재 등 건물의 구조와 배치가 원형에 가장 가깝게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교육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양산향교 류득원 전교는 “옛 선비들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처럼 옷을 입고 예절교육을 받았다”면서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체험하면서 예절과 인성교육을 한다면 장차 우리나라를 이끄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초등학생은 모두 50여명. 신기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서원에 들어선 학생들에게는 옷 입기부터 난관이었다.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학생들이 옷을 갖춰 입자 본격적인 예절교육이 시작됐다.
관계속에서 나의 가치
죽제공의 후손이자 성균관 박사이기도한 이창진 훈장(사진 왼쪽)의 예절교육은 ‘자신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했다.
초등학생에게는 다소 어려운 질문인 듯했지만 설명을 듣는 학생들은 진지했고, 때로는 질문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창진 훈장은 나를 둘러싼 가족과 조상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며,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강조하면서 인성교육을 마쳤다.
이어서 예절교육이 진행됐다. 어른 앞에 설 때 기본적으로 취하는 자세인 ‘공수(拱手)’와 인사법인 ‘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공수’는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은 자세로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두 손을 포개 잡아야 한다. 왼손은 동쪽이고, 동쪽은 양(陽)이기 때문에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고, 오른손은 서쪽이고, 서쪽은 음(陰)이기 때문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는 것이다.
절을 할 때는 공수 자세에서 왼쪽 무릎을 먼저 꿇고 오른쪽 무릎을 꿇어 두 무릎을 붙인 다음 남자는 왼발이 아래로, 여자는 오른발이 아래로 향하게 두 발을 포개야 한다. 상체는 자연스럽게 엎드리는데 이마는 손에, 팔꿈치는 지면과 평행하게 닿아야 한다.
일어설 때는 역순으로 해야 하고, 완전히 몸을 일으킨 다음 반배를 해야 한다.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직접 공수 자세를 취해보면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다잡았고, 절을 하면서 웃어른을 섬겼던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서원이란 무엇인가
이어진 교육은 다례(茶禮)교육.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료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지만 깊은 맛과 그윽한 향을 가진 전통차의 매력에 어느새 빠져들어 더 마시고 싶다고 손을 드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서원의 역사와 기능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훈장의 지도에 따라 낭랑한 목소리로 글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옛 유생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이나경(10, 대운초) 학생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던 것을 배워 색다르고 좋았다”며 “집에 돌아가면 앞으로 부모님께 예절을 잘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아(11, 백동초) 학생도 “전통예절을 배우니까 옛날 선비들이 있던 곳으로 한 번 가보고 싶다”면서 “다음 교육에 또 참가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남강서원 선비문화 체험학습은 (사)한국서원연합회 주최, 남강서원 주관, 문화관광부와 성균관·조은이웃(주)·본사 후원으로 열렸으며, 각종 청소년 유해환경으로부터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고, 인성과 예절교육을 통해 전통문화를 알리고자 마련됐다.
지난 7일을 시작으로 이달 14일과 21일, 28일, 내달 4일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된다. 교육 참가와 관련한 문의는 362-0379로 하면 된다.
홍성현·송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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