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대상지를 제대로 선정해
추진기구 만들어 예산확보하고
시민들의 지지와 협조 이끌어내
문화, 관광 인프라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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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찬 양산향토사연구회 부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 |
ⓒ 양산시민신문 |
또 한 번은 잘 알고 지내는 부산의 퇴직교사 한 분이 양산에서 박제상을 모신 사당에 참배를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물어왔다. 이 분은 ‘소토 어디라고 하던데 소토로 가려면 어떻게 하느냐’, ‘향사는 언제 지내는지? 누가 지내는지?’ 등 여러 가지를 물었다. 필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효충사를 찾았더니 마룻바닥은 내려앉고 먼지가 쌓여 들어갈 엄두도 못 내었다. 이런 판에 외지인에게 찾아가보라고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효충사를 확장·보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춘추원 삼조의열단을 얘기하면서 그 곳에 가면 박제상 공의 비석이 있으니 가 보라고 안내해 주었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퇴직공무원 동료들과 함께 전국의 문화유적지 탐방 여행을 다니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현장, 그 고장이 배출한 인물들의 생가 또는 기념공원, 선현들이 남긴 예술품들을 보면서 잘 다듬어 놓은 그들의 노력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어떤 시, 군에서는 소설 속의 인물마저도 실제 인물인 양 크게 부각시켜 테마공원으로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문화재 하나하나마다 주변을 가꾸고 안내설명문을 정비하는 등 경쟁적으로 문화유적을 다듬고 가꾸는 것이 더욱 눈에 띤다.
그렇다고 우리 양산에서는 그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 시의 지정문화재는 모두 123점인데 그 중 90여점이 통도사, 내원사, 대성암 등 사찰에 있으며, 특히 통도사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문화재 관련 예산도 통도사에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사찰에서도 문화재 보존을 위해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기에 오늘날 통도사가 양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적을 복원하고 잘 다듬는데 힘을 모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본다.
첫째, 유적지 복원 대상지를 선정하는 일이다. 우선 우리 지역에 어떤 유적지를 복원해야 할 것인지 그 대상지가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재나 문화재자료, 사적지로 지정된 것은 물론이고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곳,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생가 또는 기념공원, 전설이 있는 곳, 시구(詩句)에 나타난 유상지 등을 총망라해서 대상지를 정하고 그 중에서 완급을 가려 복원의 순서를 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예산의 확보 대책이다. 문화유적지 복원은 국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중앙과 연계될 수 있는 인사를 포함하여 예산확보 전담인력,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추진체제 구축이다. 아무래도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모양새가 나을 것이므로 문화유적보존·발굴·복원대책협의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마도 수년에 걸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에서 주도하게 되면 인적요원의 잦은 교체로 연속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 단위사업은 행정이 주관하는 것이 좋다. 구성원은 민·관·학계가 어울려 범시민적으로 해야할 것이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하나하나 학술적인 고증을 거쳐 공간적 시간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유적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화유적은 그 고장의 품격을 말해준다. 문화유산을 잘 가꾸고 보존하고 있는 것에 가보면 그 곳이 마치 마음의 고향같기도 하고 그 곳 사람들이 위대해 보인다. 우리 양산에도 많은 문화유산이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잘 가꾸지도 못하고 잘 보존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출토된 국보급 유물도 다른 지역의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지역은 토지의 가격이 높아 문화사업을 하는데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또 문화재가 있으면 주변 개발에 지장이 있고 따라서 주변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인근 주민들은 문화재 지정과 그 보존시설을 반대한다. 그렇다고 우리는 잘못 가고 있는 길을 선택해 갈 수 없다. 옳은 길이라면 어렵더라도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늦었지만 지금 시작해야 한다. 문화유적 복원이 시급함을 제언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