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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치자꽃 필 때
사회

치자꽃 필 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0/02/09 11:18 수정 2010.02.09 11:19




치자꽃 필 때

치자꽃 향기는 참말 희케서
눈앞을 하얗게 지울 때가 있다
소리 없이 저 먼 하늘에 무수히
피었다 지는 꽃구름처럼 말이다
마음속에 물빛이 푸르게 그득한 날
치자꽃 벙긋벙긋한 칠월이 그립다
그냥 흰 것이 아닌 그 희칸 치자꽃


언제 피었다 졌던가
키 작은 담장 옆구리에 끼고
옹종옹종 풋내나게 살던 이웃이었지  
참 마알간 전라도 그 여자 
사진 속 웃고 있는 제 남편 들여다
보며, 눈부시게 하던 말


여보! 여보!
여보는 이빨이 참 희카네~이


내 웃음 하얗게 핀 오늘은
치자향기가 참말 희카다.

김미선 시인
부경대학교 대학원 석사졸업. 2005년 ‘부산문협’ 계간지『문학도시』로 등단.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부산지역 위원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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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양산시민신문
나는 시를 접하면 시인의 얼굴을 먼저 떠올린다. 얼굴 그 자체가 시가 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린다. 유난히 피부가 ‘희칸’,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그녀의 해맑은 미소, 그녀가 어떤 시를 지었을지 짐작이 간다. 좋은시에 대한 규정이 분분하지만, 읽는 순간 이미 좋은시의 범주에 넣어버린 <치자꽃 필 때>를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첫행에 <치자꽃 향기는 참말 희케서>라는 공감각을 앉혀놓고 <전라도 그 여자> 이야기를  다시 시각과 공감각으로 끌고 간다. 화자는 하얗게 핀 치자꽃을 보며 <키 작은 담장 옆구리에 끼고/ 옹종옹종 풋내나게 살던 이웃>이었던 <참 마알간 전라도 그 여자>를 떠올린 모양이다. <피었다 지는 꽃구름>, <물빛이 푸>른 그곳은 시인의 고향이면서 때 묻지 않은 공간이다. <희칸 치자꽃>은 그런 때 묻지 않은 공간으로서 고향을 이미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여자>이야기를 좀 더 구체화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사물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그것을 하나로 통합된 세계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따뜻하게 읽힌다. 그녀가 보여주는 그 세계는 ‘고향’으로 대변되는 순수하고 안온한 세계이며, 이웃에 대한 애정과 부부간의 사랑이 존재하는 포근한 세계, 근대적 삶의 지향으로 인해 점점 망각되어 가는 근원적 세계이다. 그래서 조금 낡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물질문명의 세계, 서로가 단절된 시공간에 더욱 익숙해짐으로써 모두가 개별화되고 타자화되는 파편화를 초래하는 현실의 지형에서, 그녀의 낡고 오래된 상상력의 가치는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빛나는 서정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시 속에 녹아 흐르는, 착하고 맑은 이 시인의 심성을 읽으면서 오늘도 <그냥 흰 것이 아닌 그 희칸>시를 밤새 짓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치자꽃 띄운 찻잔을 기울일 동지가 있어 든든하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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