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신안 장산도서 온 가시내
갯벌 같은 사투리 질퍽질퍽 쓰는 가시내
소리공부 헌답시고 도망쳐 나온 가시내
뭍에 나가 헐 짓거리가 그리 다더냐
소리 배와서 기생질헐라고 그라냐
아부지와 인연 끊은 독헌 가시내
밥상머리 떡 허니 밀고는 소리를 헌다
춘향가도 수궁가도 흥보가도 아닌
무신 청승이 나서 상여소리를 헌다
어노 어노 어나리 넘차 어노
밥상머리에 앉은 사람들 어안이 벙벙하다
지 아부지 눈감았다는 소식 듣고서야
소리공부 접고 장산도로 들었다는 가시내
아부지 살아생전 한번도 못 들려준 소리
꽃상여 타고 먼 길 갈 적에야 상여잡고
첨이자 마지막 소리 울렸다는 가시내 그 소리가
상여소리였다고 소짝새처럼 우는 가시내
죄다 물 범벅으로 울려 놓고
지 혼자 해죽해죽 섧게 웃어쌓는 장산도 가시내
박정우 시인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원광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거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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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회원 | |
ⓒ 양산시민신문 |
그러나 아무래도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행에 있겠군요. 여자는 다른 이들을 울려 놓고, <지 혼자 해죽해죽 웃>습니다. 시인은 섧게 웃었다고 했지만, 실은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서럽다고 느꼈을 뿐.
고생을 많이 한 여자의 삶이 서럽도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시인이 슬픔의 정서, 한의 정서를 어둡고 우울하고 적막하게 밀고 가지 않고, 그 안에 반대되는 감정, 즉 웃음의 정서, 허탈의 여유로 초연의 미학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