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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0 히말라야원정대 적설기훈련등반
겨울, 한라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0/03/02 10:27 수정 2010.03.02 10:34




2010년 봄 우리나라 최초의 히말라야 히무룽(7천126m)등정을 목표로 구성된 히말라야원정대는 나를 포함하여 모두 12명이다. 강인한 체력과 단단한 팀워크을 만들기 위한 훈련장소로 우린 남한의 최고봉 한라산을 택했다. 한라산은 적설기에는 ‘한국의 히말라야’라고 불린다.


4박5일의 고난도 훈련캠프


2월 5일, 우리는 한라산동계훈련에 들어가기 위해 부산 연안부두에서 만나 설봉호에 올랐다. 등반대 훈련계획은 4박5일의 일정으로 아이젠워킹과 고정로프 설치로 설사면 주마링훈련, 그리고 안자일렌 훈련으로 다이나믹빌레이를 보는 과정을 핵심으로 설정했다. 어택배낭을 포함해 짐무게는 대충 40kg정도다. 매년 한라산에서 고난도 훈련을 해왔지만 이번에도 짐무게가 무거워서 캠프사이트까지 이동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이번 원정은 지역방송인 부산방송(KNN)과의 협약으로 특집 방영할 계획이여서 한라산으로 올라가기 전에 제주항 강나루식당에서 방송팀과 합류했다. 관음사 야영장에서 텐트 한 동을 쳐서 짐 정리를 했다. 16명이 나흘간 먹을 식량과 텐트, 그리고 자일과 스노우바 등 100리터 배낭에 넣고도 모자라서 어택배낭에 짐을 넣다 보니 등반대 짐이 마치 이삿짐같이 느껴진다.

김태훈 등반대장이 선두를 서고 내가 후미를 맡아 올라가는데 한라산 당일산행을 오신 분들이 지나가면서 감탄사를 내뱉는다. 네 명의 촬영팀도 카메라를 포함해서 짐무게가 장난이 아니지만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얼어붙은 눈길을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삼각봉대피소에 도착하니 주변이 온통 하얀 눈세상이지만 적설량이 적어 설상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공식후원사인 콜핑에서 지급받은 9~10인용 돔텐트 2동을 설치하고 야영에 들어갔다. 이틀 후엔 비소식이 있다는 기상예보도 있고 해서 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첫날밤을 잠자리에 들었다.


히말라야를 향한 팀워크 다지기


이번 훈련의 최대 과제는 모두가 하나되는 훈련이다. 대원들에게는 제각기 다른 임무가 주어져 있다. 식량담당은 식사를 책임져야 하고 장비담당은 장비를 챙기고 수송담당은 원활한 수송을 책임지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의료담당은 등반 중 대원들의 컨디션과 응급처치를 맡는다. 이번 원정에서 홍일점으로 참가한 제주구조대 소속 오순희 대원이 의료를 맡기로 했다. 12명 대원에 4명의 촬영팀 모두 16명이다. 탐라계곡 아래 등반의 전초기지가 되는 훈련캠프를 구축한 뒤 8명씩 나누어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2월 7일 아침 6시 기상이다. 취사식으로 아침을 먹고 설상훈련을 위해 장비를 챙긴다. 모두가 진지한 맘으로 훈련에 임하는 자세다. 2개조로 나누어 어택배낭을 메고 캠프에서부터 안자일렌을하고 장구목으로 아이젠워킹을 해 간다. 경사도가 있는 설사면을 만나자 히말라야 등반시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에 빠졌을 때 긴급구조를 위한 추락연습을 실시한다.

촬영팀은 전문장비가 없어 고도를 높일수록 경사가 급해지자 힘들어 한다. 말이 설상훈련이지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며 극복해 나가는 강도 높은 한계극복훈련이다. 스노우 컨디션은 크러스트(눈의 다져진 상태)가 좋아 제대로 된 훈련이 가능하다.

장구목 능선에 올라 확보물을 설치하고 히말라야 스텝으로 주마링훈련에 들어갔다. 연속되는 주마링훈련에 대원들 숨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반복훈련을 서너번 하고 나서 강한 바람을 피해 점심을 만들어 먹었다. 윗산계쪽으로 아이젠워킹을 한 뒤 오후 늦게 서봉으로 올라가는 릿지 초입에 도착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지는 협곡으로 트레버스하여 탐라계곡을 내려오기로 했다.

광주연맹 소속 황평주 대원이 얼어붙은 계곡상단을 앞서나가 확보한 다음 나머지 대원들이 계곡 상단을 연속으로 지나간다. 오늘 갑자기 쏟아진 폭설로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자일 하강을 두 번 정도 하고 나니 안전지대다. 힘들게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어 온다.


젊은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2월 8일 밤새도록 많은 비가 내렸다. 일부 대원들이 훈련일정을 수정하자는 눈치를 준다. 오늘 훈련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 같다. 히말라야 등반도 기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기상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등반 성공률이 높다.

이곳 한라산에는 빗줄기가 계속해서 굵어지고 있어 선뜩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분위기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폭우 속에 등반훈련을 나섰다. 경사가 급한 설벽을 타고 장구목 능선에 올라서니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에 배낭덮개가 찢어지는 등 난리법석이다.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은 넓은 플라토지역인데 시야가 흐려서 방향잡기가 헷갈린다. 어제보다는 스노우컨디션이 별로다. 고산등반 만큼은 함께해야만 하기 때문에 빗속에 체력소모가 크지만 팀워크 훈련은 악기상에서 오히려 효과가 있다. 최근에 개발된 돈네코 코스로 접어들었다가 윗세오름대피소에 도착했다. 어제보다 훈련강도는 덜하지만 우중 훈련이라 나름대로 강한 정신력을 만들 수 있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베이스캠프가 되는 용진각에 도착하니 모두 철수하고 우리 팀 텐트 밖에 없다. 텐트를 철수하여 삼각봉대피소로 이동했다. 대피소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리를 잡아 한라산 훈련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글·사진 이상배

•양산대학 생활체육과 졸업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천848m), 초오유(8천201m), 가셔브롬2봉(8천35m),
  로체(8천516m) 등정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천895m), 북미 맥킨리(6천194m), 남미 아콩카구아(6천959m),
  유럽 엘부르즈(5천643m) 등 5개 대륙 최고봉 등정
•(사)대한산악연맹 경남연맹 부회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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