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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양산여고의 2010년 독서문화기행을 엿보다
교실 밖에서 배우는 즐거운 여행 수업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20호 입력 2010/03/02 10:31 수정 2010.03.02 10:32
여행에 독서와 역사를 접목시킨 독서문화기행

학습 아닌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만 충실해야




‘여행’하면 늘 생각나는 말이 바로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 말을 하고 있으면 나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듯하고 일탈의 설렘과 자유의 훈풍이 허파에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교실 밖에서 배우는 즐거운 여행 수업’을 목표로 2009년 겨울에 전남 일대를 다녀온 양여사(양산여고의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가 2010년 2월에는 ‘양여사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들고 경북 한 귀퉁이(경주-상주-안동)를 돌아봤다.

우리 학교의 사제동행 여행은 그냥 문학기행이 아니라 독서문화기행이다. 문학의 향기와 지리의 자취와 역사의 사유를 통합하여 체험하고자 기획했다. 그래서 지리교사와 국사교사, 그리고 국어교사가 각각 일정과 여정을 잡고 학생을 조직하고 자료를 마련해 나갔다. 첫 여행에서 빠졌던 역사 부분이 들어와서 여행의 깊이를 더하고자 했다.

여행의 사전 준비 단계를 정리하면 이렇다. 교사 다섯 명은 기획 총괄 1명, 총무 1명, 학생 지도 3명으로 일을 나누었다. 교사는 답사와 사전 자료를 통해 대략의 여정을 잡고, 학생들은 관심도에 따라 분야(문학, 지리, 역사)를 선택한다. 교사가 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자료를 모아서 자료집을 만든다. 교사가 식당과 숙소를 알아보면 학생들은 모둠별로 숙소와 식사당번을 짠다. 물론 여행 경비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여행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다.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 미처 보지 못한 것,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뜻밖의 깨달음과 즐거움은 친구들끼리의 여행에서 자주 연출되는 것이지 교사와 학생이 동행하는 여행에서는 수고로움과 피로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학습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더욱 그 증세는 심해질 것이다. 그러기에 교사나 학생이나 가르친다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많이 풀어 내는 시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도서관에 한 번 가서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오겠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한 번의 여행으로 모든 지식과 경험을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 과욕임을 인정하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과 앎과 삶의 소통이 의미 있다는 작은 체험을 안고 돌아올 수만 있다면 누구든 어디든 떠나고 볼 일이다.

이성구 국어교사

ⓒ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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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기행을 준비할 때 참고할 만한 것들

1) 각 지역 국어교사모임
    (http://www.naramal.or.kr/)
  - 교사를 대상으로 한 풍부한 문학역사기행 자료가 쌓여 있다.


2) 이웃학교인 경남외고
  - 십 년 훨씬 넘는 풍성한 문학기행 경험을 가지고 있고 자문을 구하기 쉽다.


3) 각 지역 시청 홈페이지
  - 지도와 간단한 안내지를 신청하면 무료 배송해 준다. 문화관광해설사도 요청할 수 있다.


4) 동영상, 음악
  - 작가와 작품, 지역과 유적에 관련된 동영상과 음악파일을 만들어 이동 중에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면 좋다. (역사스페셜, TV문학관, 지식채널e, 각종 다큐 등)


5) 저작권 보호
  - 자료집을 만들 때 다른 곳에서 가져온 자료는 출처를 꼭 밝히고, 자료를 구성한 학생이나 교사의 이름도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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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목월문학관을 다녀와서>

일상 소품 통해 박목월과 만나다

문학을 사랑하시는 내 어머니가 자신도 가본 적이 있다고 여행 전날 신나게 이야기하셨던 장소, 독서문화기행의 첫날 첫 번째 일정이었던 동리목월문학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 양산시민신문


동리목월문학관은 우선 건물의 겉모습을 보고 든 첫 생각은 아주 아담한 크기라는 것이었다. 바깥에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을 표현한 작은 탑과 신라를 빛낸 인물관이라는 별관이 있다. 입구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소강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우리를 맞아 주신 분은 동리목월문학관의 장윤익 관장님이셨다.

관장님의 자기 소개와 동리목월박물관 설립의 취지, 문학관 수강생들의 모집, 김동리와 박목월 작가의 간략한 생애와 작품 세계 등에 대해 30분 정도를 듣고 나서 김동리와 박목월 작가의 목소리와 생전 얼굴이 담긴 동영상을 보았다.

문제집이나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들이지만 그들의 본명을 처음 알게 되었고, 특히 김동리의 ‘을화’라는 작품에 대해서 관장님이 계속 강조를 하셨는데 그 이유는 그 작품이 노벨상 후보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문득 생각이 난 것은 일본 작품인 ‘설국’이었다. 설국은 아시아 소설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을화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왜일까, 잠깐의 의문을 가졌다.

동영상이 끝나고 문학관을 보기위해 한 층 위로 올라섰다. 동리 문학관과 목월 문학관이 좌우로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동리 문학관으로 먼저 들어갔다. 어느 문학관이나 박물관이 그렇듯이 인물의 연보가 가장 앞쪽에 있었다. 반바퀴 정도 돌아나갈 때 즈음에 2학년 문학교과서에서 배웠던 ‘무녀도’의 장면들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방안 상(床) 위의 아주 작은 음식들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 흥미로웠다.

반대편의 목월 문학관 역시 연보가 가장 먼저 있었고, 바로 앞에는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목월의 시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눈에 띈 것은 ‘산도화’였다. ‘청노루’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받은 시인데 청록파였던 박목월의 정서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문학관을 방문해 보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도리어 그들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들이 잠시나마 그들의 삶에 대해 가깝게 느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소품을 봄으로써 책 속에서나 만나 멀리 느껴지는 사람들이 아닌, 하나하나 개인으로서 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라미리 양산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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